[월요신문=윤주애 기자]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올해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속내가 복잡할 것 같다. 은 행장은 최근 이슈로 휴가 일정을 수정하고 실질적으로 업무를 이어갔다고 한다.

은 행장은 차기 금융위원장에 가장 유력한 후보 중 1명으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8월 초에 장관급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2주년을 맞은 지난달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역대 금융위원장 가운데 임기 3년을 채운 이는 한 명도 없다.

이후 차기 금융위원장 하마평이 무성하다.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 행장을 1순위로 꼽는다. 최 위원장이 금융위로 옮기기 직전인 2017년 3월부터 4개월여 동안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최 위원장은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총무처·재무부를 거쳐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과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은 행장은 행시 27회로 최 위원장 후배다. 그는 재무부를 거쳐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과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세계은행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을 맡는 등 국제 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최 위원장은 은 행장이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의 반발로 출근조차 힘들던 당시 "은 행장은 누구보다 적임자"라며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은 행장의 금융위원장 내정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수출입은행 임직원들은 수장이 바뀔지 궁금해하고 있다. 개각이 이뤄지면 은 행장이 금융위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차기 행장 선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또 다시 수장의 공백이 생길 게 분명하다. 최 위원장이 금융위로 간 것은 7월이었지만, 은 행장이 취임한 것은 그해 9월이었다.

수장이 교체되는 시기도 문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쳐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장 자리가 비게 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기관장들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은 행장 후임으로 누가 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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