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개인회사 합병 등 주요 제안 거부…주주들 적극적 행동 나설 듯

경제부 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과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회장은 순이익에 대한 일정 비율 배당과 개인 회사 합병, 적자사업 정리 등을 요구한 주주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향후 주주 간 소송전까지 벌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SM엔터의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지난 6월 주주서한을 통해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합병 ▲당기순이익에서 30%를 주주에 배당할 것 ▲연예 기획과 무관한 사업 정리 등을 요구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이 회장 역시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또 주주들의 요구 사항도 결코 무리한 요구들이 아니라는 게 업계 공통된 반응이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적극적인 검토를 이유로 예정된 시한에서 한 달 이상 답변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주주들의 반발과 주가 악영향까지 무릎 쓰고 주주들의 요구를 끝내 거절했다.

상장 이후 지금까지 배당을 한 번도 하지 않은 SM은 “그간 미래를 향한 성장과 이를 위한 투자에 더 역점을 뒀기에 배당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그 필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가장 큰 문제가 된 이 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은 더욱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SM 측은 답변서를 통해 “라이크기획은 법인 형태가 아니기에 합병은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방안이며, 당사가 그렇게 강요할 권리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상장된 라이크기획은 이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다. 이 회사는 음악 자문 등의 명목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 받아갔다. 이에 수년 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며, 지난 10년간 이곳으로 흘러나간 돈만 무려 800억원에 이른다.

앞서 KB자산운용은 “SM이 영업이익의 46% 규모의 인세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100% 지분을 가진 라이크기획에 지급하고 있다”며 “소액주주와 오너 간 이해 상충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주주소송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SM엔터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수만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19.49%로 최대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10.01%), KB자산운용(7.59%),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13%), 미래에셋자산운용(5.01%), 한국투자신탁운용(5.0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SM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지분율 총합은 32.74%로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19.49%)의 지분을 크게 웃돌고 있다.

SM으로부터 요구를 거절당한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밝힌 대로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KB운용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대주주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역시 SM의 답변을 듣고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 주주행동을 펼쳐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 회장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일 SM엔터 주가는 전날보다 8.05% 떨어진 3만2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장 초반에는 3만1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 SM엔터 주가는 전날보다 0.05% 하락한 3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기관투자자들이 의견을 모아 공개주주서한을 재차 보내는 등 이 회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관투자자들이 뭉친 상태에서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가게 되면 이 회장은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주들의 요구를 외면한 것은 이 회장의 욕심이 부른 참극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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