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식집 다 망하라는 건가” vs 야당 “국민 정서 배반한 부적절한 처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 배제 결정 당일이었던 지난 2일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오찬을 한 일을 두고 여야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던 여야가 극적 협의를 통해 추가경정예산안과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을 처리한 지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다시 정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일식당에서 오찬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반주를 곁들여 일본산 사케를 마신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커졌다. 이에 민주당은 이 대표가 오찬에서 주문한 것은 일본 술이 아닌 국내산 청주라고 반박하며, 야당의 문제 제기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민주당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일식당 식사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정치 공세라고 방어했지만, 야당들은 이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하고 낮술까지 마신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식자재로 장사하는 일식당도 가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자영업자 살리자는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더구나 이 대표가 반주로 마신 것은 일본 술인 ‘사케’가 아니라 국산 청주인 ‘백화수복’이었다”며 “백화수복 한 잔에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반박했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히 일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그 어려움이 더하다”며 “야당의 논리는 일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국민은 다 망하라는 주문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앞서 지난달 16일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 후 같은 일식당에서 만찬이 예정돼 있었으나, 장소를 한식당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 대표 측은 이번에는 오찬이 2주 전부터 예약돼 있었으며, 또다시 예약을 취소할 경우 식당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식당을 변경하지 않은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들은 이 대표의 일식당 식사가 부적절했다고 일제히 공격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감히 매국이라고 했고, 국민을 감히 친일과 반일로 나눴던 이해찬 대표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직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반일 감정을 부추기더니 일식당으로 달려가 사케를 마셨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연일 반일감정을 부추겨 국민들은 가급적 일본산 맥주조차 찾지 않고 있다”며 “이 와중에 집권당 대표가 사케를 마셨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한국이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됐던 당일 집권여당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부적절한 행위”라며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는 하지 말았어야 할,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에서는 이 대표가 국산 술인 정종을 마셨다고 반박하는데 일식당이라는 상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 본인 스스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은 사케가 아닌 정종이었다고 물타기를 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국민이 주시하는 것은 국민의 정서를 배반한 여당 대표의 경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본경제침략 관련 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일본을 강력 규탄한 것은 쇼였느냐”며 “경거망동과 이중적 행보로 국민을 우롱한 이 대표는 사과하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한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국가와 국민은 분노와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시간에 식사에 술까지 마실 때인가, 집권당 대표가 이 시기에 대낮부터 술타령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은 예약된 일정까지 손해를 감수하며 일본여행을 취소하는데 부끄럽다”면서 “이것이 정치권이 이야기하는 애국을 위한 고통 분담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일식당 주인은 우리 국민이고, 생선도 일본산이 아니다”라며 “정종 반주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의 주장을 거들었다. 조 전 수석은 “한일 경제전쟁 중이지만 우리는 한국에 있는 일식집에 갈 수 있다”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원하는 것은 전국의 일식집이 다 망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보수 야당이 정부 비판에 주력하려다 보니 점점 더 황당한 언동을 보인다”며 “전국의 일식집 업주와 종업원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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