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불똥’ 억울…가맹점주 불안감 커져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불매운동 확산 우려

일본 기업으로 오해가 깊은 세븐일레븐이 가맹점주들을 위해 긴급 안내문을 배포하며 진화에 나서 업계 관심이 높다. / 사진=세븐일레븐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결정되며 일본의 2차 경제(무역) 보복이 예상된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거세지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여론에 불똥 튈까 긴장감이 크다. 사소한 언행 하나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독 편의점 업계 중 일본 기업으로 오해가 깊은 세븐일레븐이 가맹점주들을 위해 긴급 안내문을 배포하며 진화에 나서 업계 관심이 높다. 일본 기업으로 낙인 찍혀 불매운동의 타깃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일본 기업 아냐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국적(?) 논란에 여론이 뜨겁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1일 일본과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는 내용의 긴급 안내문을 배포했다. 이는 전국 9천700여 개 점포를 대상으로 공개됐다. 

코리아세븐의 공지문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며,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측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경영주님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에 경영주님의 정당한 영업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세븐일레븐 브랜드의 국적, 정체성 등에 대해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실제 세븐일레븐 일선 점주들은 최근 ‘일본 보이콧’ 움직임에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화성시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최근 일본기업 아닌 거 맞느냐는 질문이 잦아졌다”며 “다른 편의점은 애국마케팅 시도도 하는 데 일본기업이라 안하는 것이냐 등의 질문을 하며 반감을 크게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세븐일레븐이 가맹점주들에게 이번 긴급공지를 보낸 이유는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미국에 있는 세븐일레븐 본사가 일본 브랜드’로 분류되며 소문이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점포를 찾는 손님들이 ‘일본 편의점이냐’고 묻는 등의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점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며 세븐일레븐 브랜드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돼 정확한 정보를 담은 공지문을 작성해 배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지만 브랜드 계약은 미국 세븐일레븐과 맺었다. 일본이 아닌 미국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일본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편의점업계에서 최근 ‘애국마케팅 열풍’이 부는 것과 관련해선 “광복절 관련 마케팅 계획이 정해져 있다. 향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16일 미국 본사와 연계한 신규 점포 디자인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30여년 만에 새 간판을 바꾸는 것으로 사각 프레임을 없애고 주황·초록·빨강 3선과 7-ELEVEN 워드마크만을 남겨놓았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일본 편의점’이란 이미지가 강해 선긋기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 국내 판권을 가진 ‘국내 업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역사를 이끈 대표 기업으로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고 가맹점과의 상생 및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 유독 세븐일레븐만 왜?

그러나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 유난히 편의점 가운데 세븐일레븐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거센 편이다.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는 물론, 잦은 갑질 이슈로 인한 비판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온라인 등 SNS 상에는 세븐일레븐이 일본 불매운동의 대상이란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은 일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1988년 법인 설립 이후 미국 ‘사우스랜드’(SouthLand Corporation)와 세븐일레븐 관련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사우스랜드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에서 얼음 공장을 운영하던 회사로, 1927년 세븐일레븐을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코리아세븐이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 ‘세븐일레븐 아이홀딩스’(SEI)며, 대주주는 지분 79.66%를 보유한 롯데지주다. 롯데지주가 미국 세븐일레븐과 계약해 운영하는 만큼 일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 같은 해명에도 세븐일레븐이 일본기업이라는 색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로열티 지급 대상 인 SEI 구조 때문이다. SEI는 일본 세븐일레븐 재팬의 자회사로 알려졌다. 결국 코리아세븐이 지급한 로열티가 일본으로 흘러간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더하는 배경이다.

또한 코리아세븐 대주주 롯데의 일본 국적 논란이 최근 재점화되면서 양상은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롯데의 갖은 노력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롯데가 대주주로 버티는 코리아세븐 역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본에서 태동했고, 현재도 한일 공동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다. 총수들의 여전히 서툰 한국어 발음도 이 같은 정서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주시하며 일본과의 선긋기에 발빠르게 나선 세븐일레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일본 기업이나 일본 관련 기업으로 낙인 찍혀 불매 운동의 타깃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한 업체들이 최근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쿠팡, 다이소, JTI코리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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