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회삿돈 쓰고 돌려놓으면 그만?…'규제 사각지대' 중견기업

대륭그룹 홈페이지에 실린 이환근 대륭그룹 회장의 인사말 ./사진 = 대륭그룹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에서 "반칙·특권이 사라지고 공정이 자리 잡아야 중소기업이 더 좋은 제품에 열정을 쏟을 수 있다"며 "공공기관은 민간기업 불공정거래를 줄이려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3년 차, 공정위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대주주 일가의 편법·탈법이 자행되고 있는 중견기업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반칙'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처벌 사례는 없다.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편집자 주>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이 제기되는 중견기업 중 하나는 대륭그룹이다.

9일 월요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륭그룹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핵심 기업인 대륭종합건설에서는 이환근 회장과 아들인 이주엽 대표가 회삿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륭종합건설은 이환근 회장이 주식의 90%, 부인인 정재희씨가 10%를 보유한 100% 가족회사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해 이환근 회장의 서울 서초구 염곡동 단독주택 공사비로 5억8500만원을 빌려줬다. 이후 이 회장은 4억900만원을 갚았다.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가져다 쓰고 다시 채워 넣은 것이다.

여기에 대륭종합건설은 이환근 회장에게 155억7000만원을 빌려줬다. 이자율은 2.45% 수준이다. 심지어 이 회장의 아들인 이주엽 대표에게는 1150억원을 이자율 3.16%로 대여해줬다. 이주엽 대표는 자신의 회사인 리앤리어드바이저스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대륭그룹의 계열사인 리앤리어드바이저스에서도 이 같은 특수관계자와 거래가 이뤄졌다. 이주엽 대표가 100% 주식을 보유한 리앤리어드바이저스에서는 회사 대표에게 770억원을 빌려줬다. 이자율은 2.14%다.

이를 위해 리앤리어드바이저스는 이환근 회장과 정재희씨가 소유한 대륭종합건설 주식을 담보로 잡았다.

사주가 원하는대로 회삿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다만 이주엽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대륭종합건설과 리앤리어드바이저스가 담보를 받고 회삿돈을 빌려줘 법적 절차상 문제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주식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남는다.

대륭종합건설과 리앤리어드바이저스의 주식 가치 평가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이주엽 대표이사가 아직 양도받지도 않은 부모의 주식을 담보로 회삿돈을 빌려 가는 것이 적절한지 등이다.

여기에 대륭그룹이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양사의 경영실적을 보면 사주 개인에게 대여해준 돈은 회사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대륭종합건설은 지난해 순익이 약 40억원에 불과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약 35억원이다. 리앤리어드바이저스는 순이익이 약 54억원,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약 84억원이다. 양사가 이주엽 대표에게 빌려준 돈은 총 1920억원이다.

이에 대해 월요신문은 대륭그룹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대륭그룹이 건설한 대융테크노15차./사진 = 대륭그룹 홈페이지 캡처

한편 부동산으로 빠르게 부(富)를 쌓은 대륭그룹은 총수 일가가 전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크게 대륭종합건설, 대륭디벨로퍼, 크리애드컴, 리앤리어드바이저스로 구성된다. 아파트형 공장(지식산업센터)과 오피스 빌딩 등을 시행, 시공, 분양까지 자체적으로 소화하면서 그룹 계열사간 일감을 나눠갖고 있다.

이 기업은 이환근 회장이 1988년 대륭건설을 창업하고 1994년 대륭종합건설로 법인을 전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1997년 금천구 가산동에 공급한 지식산업센터 대륭테크노타운 1·2차는 대륭그룹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이후에도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 일대에 공격적으로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빌딩 등을 지어 성공 신화를 일궜다. 특히 2004년에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강남역에 있는 대륭강남타워를 사들여 부동산 부호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계열사간 지분구조는 이환근 회장과 부인 전재희씨가 대륭종합건설을 소유하고 동생인 이환중 대표이사가 대륭디벨로퍼를 갖고 있다. 아들인 이주엽 대표이사는 리앤리어드바이저스를 경영한다. 여기에 이 셋이 지분을 나줘 갖고 있는 크리애드컴(이환근 30%, 이환중 20%, 이주엽 5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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