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최문석 기자] 무엇이든 과함에는 안정이 필요한 법이다. 안정감을 찾고 숨을 고르면 주변을 서서히 관망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에 '민간 분양가상한제'란 진정제를 투여했다.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투기 과열 조짐을 보이자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작 부동산 시장은 '약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반작용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다. 우려의 근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부가 고강도 진정제를 빼든 데는 '투기과열지구'에 있다고 콕 짚었다. 주장은 이렇다. 서울 집값을 보자면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최근 1년간 기존 주택 상승률(5.7%)보다 3.7배나 올랐다.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재건축 사업이 다른 서울 아파트 집값까지 부추겼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으려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한다는 설명도 거들었다.

호언장담대로, 정부는 꽤 세게 나갔다. 진정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나름 조밀하다.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 중 주택가격은 '투기과열지구'로, 분양가는 '직전12개월 평균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로 넘을 때로 각각 시행령을 손질했다. 여기에 로또분양 사태를 막기 위해 아파트 전매제한은 최대 10년까지, 거주의무기간은 최대 5년까지로 늘렸다. 집값은 잡고 투기는 막기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이 좋다고 섣불리 말하기엔 곤란하다. 가장 우려 섞인 목소리는 재건축, 재개발사업에 뛰어든 조합에서 흘러 나온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가 아닌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신규 물량이 사실상 재건축사업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재건축 분양단지의 조합원 수익(분담금)과 아파트 공급이 덩달아 줄고, 종국엔 외려 새 아파트 집값이 오르는 역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둘러 분양시기를 앞당기거나 일반분양가구 수를 조정하는 등 피해를 줄일려면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하는 셈이다. 서울 재건축사업 단지는 지난 13일 기준 296개 단지(22만5000가구)가 분양가상한제 영향권에 들었다. 

벌써부터 정부 안에서도 갈피를 못잡으며 삐걱거리고 있다. 소관 부처 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각 부처와 협의를 잘 거쳤다'는 입장인 반면, 경제 수장인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분양가상한제가 단점도 있다'며 불협화음을 낸다. 분양가상한제는 오는 10월부터 시작된다. 집값은 진정될까. 아니면 다시 튀어오를까. 태풍은 이미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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