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박현진 기자] 정계에서 이른바 ‘지일파’로 불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교착 상태에 놓인 한일 관계의 해법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는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을 지냈으며,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16일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타이밍을 관측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 총리가 일본을 방문한다면 가징 이른 시기는 오는 10월 22일로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왕 즉위식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고위급 정치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즉위식 다음날에는 아베 총리 부부의 각국 정상급 초청 만찬이 예정돼 있다.

일왕 즉위식에 이 총리가 사절단으로 참가하면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로 이 총리 본인도 일왕 즉위식 참석 희망 의사를 이전부터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중국 충칭 순방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10월 일왕 즉위식이 있는데 자연스러운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G20 회의는 본인의 소관이 아닌 만큼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고, “도쿄 뒷골목에서 편안하게 시민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견을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일왕 즉위식에 미국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중국에서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의 즉위식 당시 우리나라는 강영훈 총리가 사절로 파견됐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유엔총회에 이 총리가 참석해 아베 총리와 회동을 가질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매년 유엔총회에 참석해 왔으며, 올해도 참석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전후해 이 총리는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물밑에서 적지 않은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눈에 띄지 않게 일본 내 상황 파악에 나서는가 하면, 한국의 뜻을 일본 고위층에 전달해 왔다고 정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일본 각의의 결정을 앞두고 사토 야스히로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을 독대한 이도 바로 이 총리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특파원 당시 인맥 등을 총동원해 한일 갈등의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가운데 비정치적인 축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일왕 즉위식이 한일 관계의 해법을 찾는 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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