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지호 기자] 구청 보도블록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다 걸린 공무원에게 내린 강등 및 징계부가금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서울시 공무원 이모씨가 "징계 처분과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의 한 구청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시에서 판매하는 재활용 보도블록을 처가 주택 공사에 활용한 사실이 2017년 서울시 감사에서 적발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30여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한 이씨는 2017년 3월경 같은 구청에서 근무하는 이모 팀장에게 요청해 서울시 자원순환과에 재활용 보도블록 무상공급 신청을 요청했다. 

이에 A구청은 서울시 자원순환과에 공문을 보냈고 해당과는 공문에 따라 재활용 보도블록 4만장을 무상 공급키로 했다.  

이씨는 재활용 보도블록 4만장 중 2만6000여장을 반출해 자신의 주택공사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허위로 출장 처리를 한 다음 근무지를 일탈해 공사현장을 방문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담당관은 2017년 7월 이씨 등을 상대로 재활용 보도블록 사적 사용 등을 조사, 이씨에 대해 중징계 처분 및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이씨에게 지방공무원법 위반을 이유로 강등의 징계처분과 징계부가금 294여만원 처분을 내렸다. 이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관련 과의 팀장으로부터 '서울시에서 재활용 보도블록 보관 및 폐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어 그렇게 믿었다"고 주장했다.

또 34년간 성실하게 근무하면서 장관 표창을 3회 받았고, 징계부가금을 납부해 피해가 회복됐음에도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보도블록을 사적인 용도에 쓰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재활용 보도블록은 공유재산법에 따라 '지자체 소유의 물품'에 해당하고 공공가치와 활용 가치를 고려해 관리, 처분해야한다"며 "30년이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한 이씨가 이 물건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여러 사정을 보면 이씨에 대한 징계처분이 위법한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며 "30여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누구보다 높은 준법의식과 도덕성을 갖춰야 할 이씨가 공용물품인 재활용 보도블록을 공공용도로 사용할 것처럼 신청해 사적으로 이용한 데 대한 잘못이 가볍지 않고 횡령 액수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고의 비위 행위는 강등 내지 해임의 중징계까지 가능한 사유고, 원고가 장관 표창을 받은 것과 징계부가금을 납부한 것 등은 감경 사유로 볼 수 없으니 원고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은 적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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