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기자들과 만난 강경화 장관/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무거운 심경을 내비쳤다. 

20일 오전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강 장관은 “21일 외교장관회담이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할 생각이나 상황이 많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외교장관회담 의제로는 수출 규제 문제 등에 대한 이슈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대한 것들이 꼽히고 있다. 

특히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며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게 강 장관의 이야기다. 

한일 양국 간에 지소미아가 체결된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11월 23일의 일로, 군사대국으로 굴기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과 연계돼 있다. 

한일 지소미아는 두 나라가 군사 공조관계를 만들어 동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를 유지·강화하겠다는 미국의 필요성에 의해 체결됐다. 

지소미아는 해방 후 처음으로 일본과 맺은 군사협정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으며 양국은 협정에 따라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군사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청와대는 지소미아 폐기를 언급했다 현재는 신중론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오는 24일까지 결정해야 하며,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자동 연장된다. 

정부는 21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한일 외교장관회담의 분위기 등을 고려, 연장 여부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담은 지소미아를 연장할지 폐기할지 결정하기 전 양국 고위 당국자가 갖는 사실상의 마지막 담판인 셈이다. 

또한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냉각기를 겪고 있는 한일 관계의 향방을 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밝혀온 대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로 볼 때 지소미아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정계의 관측이다. 

폐기를 강경하게 주장해 왔던 민주당에서도 이해찬 대표가 원래 폐기까지 가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었던 데다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가 나온 상태에서 어느 정도는 절제하면서 가자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 양국 대립이 격화되기 전에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 9일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부 장관의 첫 방한 때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한편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20~22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며 한일, 한중 외교장관회담도 별도로 열릴 예정이다. 강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 회동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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