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국수자원공사 홈페이지 캡처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진두지휘해 탄생시킨 '케이워터운영관리'. 공기업 1군 최초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뤄진 사례다. 이학수 사장의 결단 이후 다른 공기업도 자회사 전환방식의 정규직화를 채택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소화해 냈다. 이학수 사장의 업적인 셈이다.

덕분에 이 사장은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A등급을 획득했다. 임기만료를 앞둔 이학수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그가 충실하게 현 정부와 발맞춰 걷고 있어서다.  

이학수 사장이 이뤄낸 간접고용 형태의 정규직화는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1년여가 지난 지금 케이워터운영관리 근로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용역시절보다 더 악질"이라며 '삶의 질' 후퇴를 주장했다.

케이워터운영관리 설립 후 첫 임금협상에 나선 노조는 이학수 사장의 '호언장담'이 '감언이설'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당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권고안보다 전환 대상자를 늘리고 기존 파견·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이윤·일반관리비 등을 최대한 활용해 기존 정규직과 유사한 수준의 복리후생비를 확보하는 등 전환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학수 사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전환된 직원들이 새로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케이워터운영관리에서 근로기준법은 지켜지지 않았고 비정규직 시절보다 월 실수령액이 줄어든 근로자도 속출했다.

21일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케이워터운영관리는 300인 이상 사업장 주52시간제 미시행, 시간외 수당에 대한 한도 설정 및 정액 준당직비 연장수당 대체 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있다.

특히 시간외 수당을 15시간으로 제한하고 그 이상의 근무에 대해 준당직비를 지급하며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 같은 임금지급 방식으로 인해 용역 시절보다 임금의 실수령액이 하락한 이들이 수두룩하다"며 "시간외 근무를 해야 그나마 용역 시절 받던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시간외 근무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직원이 수백 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케이워터운영관리에서는 연차 사용, 고객센터 상담원 휴일근로에 대한 대체휴무, 청소업무에 대한 정확한 인원산정 및 산출근거 제시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2019년도 임금협상'에 나섰지만 사측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며 교섭을 결렬시켰다.

이에 케이워터운영관리(주)지부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노조는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와 요구사항에 대한 무조건 거부 등이 교섭결렬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케이워터운영관리는 교섭장소를 문제삼으며 무조건 사측이 지정한 곳에서만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교섭에 앞서 구두로 진행된 쟁점사항에 대해 교섭자리에서 말을 바꾸며 전면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케이워터운영관리는 교섭에 있어서 모든 부분을 모회사인 한국수자원공사에 책임을 떠넘기며 권한이 없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며 "자회사 전환 후 첫 임금교섭부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측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중노위 조정이 실패하면 즉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다. 여기에는 파업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학수 사장이 강조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모범사례'가 이런 것이었을까. 한국노총은 애당초 한국수자원공사가 케이워터운영관리를 설립하면서 임금구조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회사 설립 후 공사측이 드러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케이워터운영관리는 타기관보다 빠르게 만들어진 자회사로 임금협상도 아마 첫 번째일 것"이라며 "강도 높은 투쟁을 통해 모범적·표준적 임금모델을 만들어내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회사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이에 대해 방관하고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자회사 노사 문제인데 수공이 나설 일인지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의 케이워터운영관리 담당자는 '회의'·'출장' 등을 이유로 취재를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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