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운항 과실 논란에 섰다. 지난 11일 인천에서 베트남 호찌민으로 가던 항공기가 무리한 고도 상승으로 추락 위험에 처해 186명 승객을 사지로 몰뻔한 것.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관제탑의 지시를 받은 기장은 비행기를 목적 고도까지 무리하게 끌어올리려 한 것으로 보고됐다. 회사 측은 “승객 및 승무원도 체감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며 안전의식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22일 티웨이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인천공항에서 호찌민으로 향하던 TW123편 항공기가 급격한 속도 저하로 기장이 긴급구조신호를 외친 사고가 있었다.

3만2000피트에서 순항하던 비행기는 제주도 상공을 지나며 고도를 3만6000피트로 올려달라는 관제탑의 요청을 받았다. 해당 여객기는 3만6100피트까지 고도를 올릴 수 있는 항공기다.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같은 고도 내 비행기가 몰리자 관제탑은 고도 상승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승인한 기장은 V/S(Vertical Speed) 모드로 수직 속력을 높였다. V/S는 정해진 고도에 급상승하기 위한 모드로 안전속도를 보장하지 못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승객 186명이 탑승한 항공기는 급하게 고도를 올리며 속도가 떨어졌고 조종간이 흔들리는 ‘스틱 셰이크’까지 지속 발생했다. 스틱 셰이크는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실속(失速) 위험을 경고하는 안전장치다. 다행히 비행기는 강하율을 줄이면서 기존 고도로 전환, 추락 위험을 피했으나 이 사이 기장이 비상사태를 알리는 ‘메이데이’를 선포하기도 했다.

메이데이는 기장이 외치는 비상선언으로 승객 등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쓰인다. 이번 사건은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현재 국토교통부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정확한 경위 파악 및 안전 교육이 요구된다.

티웨이항공은 정확한 사건 경위와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지 및 하반기 안전 회의 시 교육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 기장들을 상대로 신중한 비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관제탑의 고도 상승 요청에 따라 고도를 올렸으나 상공에서 이상 반응이 있어 다시 내려간 것”이라며 “아직 과실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가 많은 상황에서 빨리 내려가기 위해 긴급 신호를 했으며 이 또한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도 아니다”라며 “속도 저하 또한 승객들과 승무원도 체감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일본 나리타행 여객기에서 발생한 승무원 부상 사고를 일본 국토교통성에 제때 보고하지 않아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안전의식을 최우선 기조로 삼겠다는 사업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오토 파일럿으로 고도를 올릴 텐데 매뉴얼로 운항한 자체가 이해되질 않는다”며 “180여명을 태우고 기름을 가득 채운 무거운 비행기의 고도를 급격히 올리면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관제사가 빨리 올라가 달라고 했었을 수도 있고 정확한 건 조사를 해봐야 알겠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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