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관련 보고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청와대가 지난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6년 체결 당시부터 찬반 논란이 일었던 지소미아는 이날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 2년9개월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 했으나 오후 들어 중단 쪽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지소미아 파기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NSC 상임위원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수렴한 뒤 곧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NSC 전체회의가 열린 셈으로,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원들의 종료 결정을 놓고 1시간 동안 토론을 더 진행한 뒤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일본이 미국이 제안한 스탠드스틸 협정(현상동결 협정)까지 거절했다는 데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제안으로 일정 기간 내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한일 양측이 외교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을 제안하는 소위 현상동결협정이 제시됐으나 일본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오는 28일 강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로 맞대응을 하면서 한일 갈등은 무역과 경제를 넘어 안보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지소미아 파기로 인해 북한 핵·미사일 등 도발 위협에 대한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면서 한·미동맹,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될 것이라고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결정을 두고 “이성을 잃은 행동”, “조국 정국 물타기를 위한 극약 처방”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사 갈등이 경제에 이어 안보갈등으로까지 이어져 매우 우려스럽다”고 개탄의 뜻을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정진석 의원 역시 “정부가 조국 이슈에 대한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며 “안보 문제를 갖고 관료 후보를 감싸는 일이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심야 시간대인 오후 9시30분 외무성으로 초치, 지소미아 협정 종료 방침에 대해 항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총리 관저에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협정 종료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까지 미국측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으며 한미동맹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며 “공식 발표와 동시에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공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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