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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느 은행 직원의 하소연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NH농협은행에서 생애 최초로 펀드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최근에 출시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주식형 펀드'다. NH농협은행은 이 상품에 대해 '산업구조 개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혁신성과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은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은행에서 출시된 이른바 '극일 펀드'다. 

소재 및 부품 장비 분야 국내 기업에 투자를 한다. 성공한 기업 주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재 및 부품 장비 분야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대통령이 개인자금을 얼마나 언제까지 이 펀드에 투자했는지는 개인정보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상품은 1만원 이상 투자가 가능하고 수시로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는 공모펀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가 아니다. 

지난 14일 이 펀드가 출시되면서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1호 가입자가 됐고, 바로 이어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배영훈 NH-아문디 자산운용 대표도 가입했다. 이후 NH농협은행의 박태선 HR업무지원부문 부행장과 나완집 정보보안부문 부행장, 장미경 자금운용부문 부행장, 이창호 수석부행장, 유윤대 기업투자금융부문 부행장, 김인태 마케팅부문 부행장, 송수일 여신심사부문 부행장, 서윤성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 등 임직원들이 연이어 가입했다.

NH농협은행은 이 펀드가 운용보수를 0.5%로 낮춰 수익률을 높였고, 운용보수의 절반을 기금으로 적립해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상품은 농협 계열사의 300억원 기초 투자액을 포함해 열흘만에 310억원 가량 수탁고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이 판매하고, 그룹 계열사인 NH-아문디자산운용이 펀드를 운용한다. 수탁사는 우리은행이다. 

문 대통령은 "수익의 절반을 소재 및 부품 장비에 지원하는 아주 착한 펀드"라고 치켜세웠다. 일각에선 '애국펀드'라고 부르며 상품 가입 인증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기도 한다. 현직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라는 사실만으로 대대적인 홍보가 됐다. 이 상품은 진짜 착한 펀드일까? 수익률도 착할까?

운용사에서는 아직 상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익률'이 집계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만간 나올 수익률은 짐작하건데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 공모펀드 다수가 수익률이 낮거나 마이너스가 수두룩하다. 공모펀드는 특정 종목 비중을 1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공모펀드 내 사모펀드 편입 비중을 1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금융당국에선 뒷짐만 지고 있다. 

대통령이 가입한 상품은 국내 주식형 상품이다. 중소업체에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물론 삼성전자 주식도 포함됐다. 문제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상품의 위험도가 '매우 높은 위험' 다음 단계인 '높은 위험'이라고 표시했다. 애국펀드라며 무조건적으로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원금비보장 상품이라 손실은 고스란히 고객 몫이다.

대통령이 전 공정거래위원장이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대동해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펀드에 가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반일 감정을 부추겨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쇼(show)'일까.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하는게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일지, 아니면 자신이 NH농협은행의 장기 고객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인지 속내가 궁금하다.

지금 은행과 증권 등에선 "내 상품은 괜찮냐"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독일, 영국 등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DLF·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확정적인 상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펀드들은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수천억원이 판매됐다. 피해자들은 '금융=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이 판매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상품, 특히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판매 실적에 급급해 고위험 상품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현장 검사를 통해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상품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수익구조를 가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 등 고수익 고위험 상품은 은행들의 성적표인 KPI 점수가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 KB, 하나, NH농협, 우리 등 금융그룹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모든 파생결합상품들이 대규모 손실이 난 것은 아니다. 판매상품 다수가 성실하게 상환되고 있다. DLF 사태로 은행이 판매하는 펀드들이 크게 위험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위험이 전혀 없는 고수익 상품은 없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에 동감한다. 투자자는 선택에 따른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다만 9년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표류되는 상황에서 1인당 평균 2억원 가량 투자된 상품들에 불완전 판매 요소가 있다면 명백하게 밝혀 실상필벌할 일이다. 얼마 전 한 상호금융업계 관계자가 했던 말이 귓가에 울린다. 후배인 한 행원이 "왜 은행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합니까"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윤주애 경제부 팀장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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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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