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7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개정 시행령(정령)에 공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한국을 백색국가 분류에서 제외 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한국 정부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종료 결정에 따라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당장 일본의 보복 조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조만간 추가 수출 규제 조치가 나올 가능성에도 예의주시 하는 모양새다. 

27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예정대로 제외한다. 

◆재계, 수출 규제 나올까 '노심초사'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우리 기업들은 일본에서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마다 심사에만 최장 90일이 걸리는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전략물자라도 수출업자가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쓰일 의심이 된다고 신고하면, 역시 개별 허가 대상이 된다. 

따라서 재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긴밀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이 반도체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삼성의 경우 일찌감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돌면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 현장 경영을 이어나갔다. 

이날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한다"면서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본격화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전자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이날 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자계열사들을 점검했다. 

반면 현대차 백색국가 배제 조치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의 탄소섬유 수출 규제가 현실화 된다고 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반도체 만큼은 아니더라도 전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망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피해가 예상되는 SK 역시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최태원 SK회장은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가 나오자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영향과 대응 방안을 긴급 재점검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일본이 지난 7일 백색국가 제외 관련 시행세칙을 발표하자마자 발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내부다지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흔들림없이 위기에 대처하자"면서 "그동안 위기 때마다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또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을 만나 그룹간 협력을 모색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했고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흔쾌히 응하면서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로 국산 소재사업 육성이 절실해진 가운데 각각 화학과 금속산업에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소재사업 육성에 손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문제는 백색국가 배제 조치 강행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수출 규제 보복 조치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새어나온다. 아울러 추가적인 경제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와 장비, 2차전지 소재, 자동차 부품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 우리기업 피해 없도록 실질적 도움에 초점 

이에 따라 정부도 일본 경제보복에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실질적인 도움에 초점을 맞춘다는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일본이 한국을 다시 백색국가에 지정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2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면서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일부터 일본 정부가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한다”며 “저는 일본 정부가 사태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리라 믿는다.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 한일 양국 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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