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까진 최대 2년 소요
시총 4896억 ‘휴지조각’ 위기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어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인보사’ 사태로 코오롱티슈진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번 코오롱티슈진의 상폐 결정에 따라 시장의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6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27일 한국거래소는 전날(26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어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인보사 사태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거래소의 ‘1차 심사’에서 상장폐지로 의견이 모아진 셈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이 같은 상장폐지 결정을 받는 것은 지난 2009년 2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최종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4896억원에 이르는 코오롱티슈진의 주식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된다.

기심위는 코오롱티슈진이 상장 당시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것과 관련해 서류상 중요 내용을 허위 기재·누락했다고 봤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린 뒤 코오롱티슈진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시킨데 이어 지난달 5일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한 바 있다. 당초 거래소는 지난달 26일까지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코오롱티슈진 측의 경영계획서 제출로 20일간 재검토를 거쳤다.

다만 기심위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곧바로 폐지 절차를 밟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다음 달 18일(15영업일 이내)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의결한다. 나아가 기심위에 이어 코스닥상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한 차례 더 심의가 이어진다. 사실상 3심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셈으로, 최종 상장폐지까진 최대 2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 ‘휴지 조각’ 불가피…6만명 소액주주 ‘좌불안석’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7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당시 2만7000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한때 주당 7만51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식약처의 제조·판매 중지에 따라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거래정지 직전 티슈진의 주가는 8010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코오롱티슈진의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소액주주는 5만9445명이며,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36.66%에 달한다. 이런 상황 속 최종적으로 티슈진이 상장폐지 될 경우 6만여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이미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지난 3월 말 7780억원에서 1809억원으로 6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 속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추가 소송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코오롱티슈진 주주들은 현재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상장 폐지가 최종 결정될 시 이는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과 함께 티슈진의 지분 12%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인보사 미국 임상 재개…새 국면 기대

코오롱티슈진은 이번 상장폐지 최종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인보사의 미국 임상 재개를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티슈진은 26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재개를 위한 응답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회사는 미 임상 3상 재개를 인보사 사태의 위기 탈출 복안으로 추진해 왔다.

앞서 FDA는 지난 5월 코오롱 측에 임상 재개 승인 전까지 임상을 금지하는 ‘임상 중지’ 결정과 함께 금지 해제를 위한 자료 제출을 명한 바 있다. 해당 자료는 세포 특성에 대한 확인시험 결과와 최종제품에 대한 시험 및 품질 관리 시스템 향상 등 시정조치 계획과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한 자료 등이 포함됐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상장폐지까지 2년이라는 개선기간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미국 임상이 잘 재개 된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임상 재개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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