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는 뇌물이 맞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최씨가 설립한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삼성이 후원한 16억원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대가성이 인정돼 뇌물로 판단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 등이 최씨에 제공한 말 자체를 뇌물이라고 봤다. 2심에선 말 소유권 자체는 삼성에 있다는 취지에서 구입비가 아닌 말 사용이익인 36억원만을 뇌물로 인정한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박상진(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말의 실질적 사용 권한이 최씨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등 말 소유권에 대해 최씨와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삼성은 마필위탁관리계약서 또한 작성하지 않았고 말을 자산관리 대상의 유형자산으로 등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11월 15일 박씨와 최씨는 범행을 숨기는 방안을 논의하며 그때도 말 소유권을 최씨에 귀속되는 걸로 합의했다”면서 “이로써 그 이후 최씨가 삼성에 말을 반환할 필요도 없었고 임의로 처분하거나 그의 잘못으로 말이 다치더라도 삼성에 손해를 물어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뇌물로 제공한 것은 ‘말들’이라는 점을 지적, 액수 미상의 사용 이익만을 뇌물로 보는 건 논리 및 일반상식에 어긋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법원은 삼성이 영재스포츠센터에 후원한 16억원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법원장은 “삼성은 최소 비용으로 계열사인 전자와 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적인 승계 작업을 벌여왔다”며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로써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대법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204억원과 재산국외도피 혐의, 이 부회장의 국회 위증 등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횡령액은 말 3마리 구입대금(34억1797만원)과 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까지 더해져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어야 최저 징역 3년을 선고할 수 있어 집행유예가 가능해진다.

다만,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이 정치권력에 의한 수동적 뇌물인 점,  앞서 그가 횡령액을 변제한 점과 1년 간의 수감 생활을 한 점 등은 작량감경 요소가 될 수 있어 향후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를 위해 재판부에 정상참작 등을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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