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오늘(3일) 마감되는 가운데, 인수 후보군 윤곽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동안 애경그룹을 비롯해 SK그룹 등 많은 대기업이 아시아나 인수 잠재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등 시장 분위기는 냉랭한 상태다.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이날 오후 2시 아시아나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 6868만8063주(31%·구주)와 아시아나가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주 매각대금은 금호산업으로, 신주 인수자금은 아시아나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예정이다.

구주 인수대금은 4500억원 수준으로 여기에 신주 발행액에 경영권 프리미엄(20~30%)까지 얹으면 인수에는 1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매각은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까지 묶어 파는 ‘통매각 방식’이어서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제2의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가 매물로 나왔지만 현재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과 사모펀드 KCGI 정도다. 애경은 제주항공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나와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단 기대가 모이지만 재무적 여력 부족으로 실제 인수전 참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시장에서는 SK·CJ·한화 등 주요 대기업이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들 기업은 여전히 인수에 무관심한 태도다. 전날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FI)로서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트너는 아직 선정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근 항공산업 전체가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여 크게 위축된 상황이 아시아나 인수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산업은 까다로운 규제산업으로 탄력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고 유가나 환율 등 대외 변수에도 크게 좌우되는 산업으로 꼽힌다. 더욱이 최근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과 국내 항공산업의 공급과잉 등이 악재로 꼽히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아시아나의 불안한 재무구조가 입찰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2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는 총 9조5988억원 규모에 달한다. 새 주인이 신주 인수를 통해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아시아나가 1년 안에 지급해야 할 운용리스료만 9000억원에 육박해 자금 여력이 월등한 대기업만이 인수전에 참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수전이 장기화될 경우 분리매각 필요성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뚜렷한 인수 후보군이 나오지 않거나 매수자가 원할 시 분리매각이 이뤄질 수 있단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부채와 그 밖에 드러나지 않은 재무적 부담이 인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점쳐진다”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엿보여 연내 매각을 위해서는 분리매각 시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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