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9년…매년 100억 적자
가성비·가심비 적중 ‘성공 가도’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 한·일 버거킹의 온도차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3일 일본 버거킹이 연이은 적자 행진 속 울상을 짓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0년 일본 버거킹 사업을 인수한 지 9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4월 버거킹재팬홀딩스의 지분 100%를 한국 버거킹 최대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약 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체를 정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롯데GRS는 지난 2010년 7월 일본 롯데리아로부터 버거킹재팬을 총 100엔(약 1102억원)의 인수대금에 부채(약 200억원)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인수한 바 있다. 인수 당시 버거킹재팬은 ‘밑빠진 독에 물붓는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해외법인 가운데 경영부진이 심각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기도 했다. 당초 시장의 우려대로 버거킹재팬은 맥도날드·모스버거 등의 경쟁 업체에 밀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

버거킹재팬이 9년째 적자수렁에 빠져 실적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롯데GRS의 피해 역시 상당했다. 롯데GRS는 롯데리아를 중심으로 지난 2014년까지 외형·수익을 늘려왔다. 당시 1300개에 육박하는 점포수를 자랑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던 롯데에 본격 먹구름이 낀 것은 2015년부터다. 결정적 적자전환의 계기는 버거킹재팬에 대한 지급보증(548억원)이었다. 경영실적 악화 속 무리한 채무보증 형태로, 자금 수혈을 이어간 것이 탈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4년 341억원에 달하던 롯데GRS의 당기순이익은 1년만에 마이너스(-572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익 자체가 3분의 1토막 난 가운데 버거킹재팬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지난 2014년 207억원이던 금융비용은 2015년 615억원으로 늘며 적자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일시적으로만 예상됐던 적자는 이후로도 지속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 4월 롯데GRS의 투자부문을 분할 합병한 롯데지주는 일본버거킹 사업을 정리키로 하고, 인수후보를 물색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버거킹재팬에 대한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버거킹재팬홀딩스에 대한 청산 절차도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AEP는 오는 2022년까지 50억엔을 투자해 점포 수를 현재 3배인 3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한국 버거킹은 매출·영업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최근 버거킹이 출시한 메뉴들이 잇따라 히트를 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자체 개발한 콰트로치즈와퍼의 경우 미국, 중국, 뉴질랜드, 스웨덴, 영국 등 세계 시장에 역수출되는 기록을 세웠고, 푸짐한 사이즈·매력적인 매운맛을 자랑하는 몬스터와퍼는 출시 1주년 만에 1100만 개 판매고를 돌파했다.

뿐만 아니라 버거킹의 프리미엄 버거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론칭한 사딸라, 올데이킹은 최근 소비트렌드인 가성비·가심비를 동시에 저격하며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1000만개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나아가 최근 출시한 통모짜와퍼는 출시 3주 만에 100만 개가 넘게 팔리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 매출은 지난해 40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15억원)에 대비 6배 가량 크게 신장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약 312개였던 매장 수 역시 올해 6월 356개로 늘었다. 외식업 경기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은 가운데 이 같은 성장세는 고무적이란 평이다. 향후 비케이알은 버거킹의 매장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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