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를 나누는 왕이 국무위원과 리용호 외무상/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북한과 중국 외교정상이 양국의 신뢰와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4일 중국 왕이 국무위원이 전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4일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양측이 “두 나라 최고 영도자동지들의 숭고한 의도에 맞게 조-중친선협조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깊이 있게 토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의 관영매체 신화통신도 이날 북중이 '긴밀한 소통'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양측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며 "계속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보도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리용호 외무상과 만나 "북·중 전통 우의와 전략적 상호 신뢰가 양국 관계를 새로운 역사적 시기로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두 고위 관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에 대해서는 보도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

'긴밀한 소통', '전략적 상호 신뢰'라는 표현은 지난 6월 20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방북했을 때도 언급한 바가 있는 단어이다.

또한 양국 관계가 친밀하던 2010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5월 5일 열린 연회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등장했다.

북·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소통', '전략적 협조관계'라는 말이 나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후 주석은 “내정·외교에서 중대 문제와 국제·지역 정세, 국정운영 경험을 심도 있게 의사소통 해가자"라며 '전략적 소통 강화'를 제안했으며, 이에 김 위원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화답했다.

후 주석은 연회 연설에서도 "중국당과 정부는 중·북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며 시종일관 전략적인 높이에서 친선 협조 관계를 틀어쥐고 수호하며 추동해 나가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한편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전략적 소통, 관계라는 표현에 대해 “이는 북·중이 각기 중요한 결정을 했을 때, 상대국에 알려주기로 협의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주로 큰일을 앞두고 서로 논의할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은 이번 외교정상 회동에서 이 단어가 등장한 것으로 미뤄 양측이 '북·미 회담'에 대해 논의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두 외교정상은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 창건 70주년이나 북·중 수교 70주년 등 두 나라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중의 외교부끼리 만나 전략적 소통을 한다는 것은 북미 회담의 사전 준비와 관련한 언급일 수도 있다는 게 신 실장의 이야기다.

지난 3일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설명회를 통해 "왕이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은 북중 정상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전면적으로 실현하고 북중 수교 70주년 행사를 치르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북중은 실무 협력을 촉진하고 국제무대에서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은 이번 방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을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사능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기리는 것으로 북한은 2018년 평양시 강동군에 열사능을 준공했으며, 총 4개의 합장묘에 1383명이 안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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