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기술 경쟁이 치열한 신시장에서 지식재산권 즉 특허권 확보는 중요한 변수다. 이를 지키기 위한 기업간 소송전은 비일비재하다.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전도 그중 하나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최근 2년간 LG화학 인력 100여명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빼가고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조치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연방법원과 ITC에 LG화학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양사의 소송전이 격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소송이 '국익훼손'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LG화학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3일 입장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은 자사의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이 소송을 '국익훼손'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또 "그간 SK이노베이션의 비방과 여론 호도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려 했으나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LG화학측은 이번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이 표면적으로 경력직 공개채용 형태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헤드헌터와 전직자를 통해 특정분야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렇게 채용한 인원은 해당 직무 분야에 직접 투입해 2차 전지 개발·수주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근거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서류전형을 통과한 인원에게 LG화학 재직 시 참여한 프로젝트와 함께한 동료 전원 실명을 쓰도록 했고 면접전형에서 LG화학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노하우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한 사실 등을 제시했다.

굳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ITC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소송 절차가 신속하고 강력한 증거 개시 절차가 있어서 증거 은폐가 어렵다는 장점 때문이고, 소송 제기 이후 정부로부터 핵심기술 수출도 승인받았다"며 "SK이노베이션이 해외에서의 소송 제기에 대해 국익 훼손, 기술 유출 우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국제 사법기관의 신뢰성과 LG화학의 의도를 고의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은 소송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LG화학측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명백히 우리인데 SK이노베이션이 비방·여론호도로 적반하장 행위를 하며 소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본질은 30여년 간 쌓아온 자사의 핵심기술 등 권리를 보호하고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사익 추구를 위해 한 부당행위를 '국익훼손' 프레임으로 호도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해외 경쟁사들도 이를 악용해 장기적으로 영업비밀 유출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선도적인 기술 개발 활동이 보호를 받지 못하면 오히려 국가 경쟁력도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의가 의심스럽다. 간접적 대화 의사만 표명했을 뿐 단 한번도 직접적 대화 요청은 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손해배상 방안 논의 등이 필요하다며 대화의 주체는 소송 당사자인 양사 최고경영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각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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