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자사주 매입…대신증권 측 “주주가치 제고 차원일 뿐, 경영권과는 관련 없어”

(왼쪽부터)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 사진=대신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대신증권(대표 나재철)의 오너가 최근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취득”이라고 밝혔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신증권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만큼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최대주주는 7.79%의 지분을 보유한 양홍석 사장이다. 양 사장의 모친 이어룡 회장(1.95%)과 동생 양정연(1.07%)씨, 대신송촌문화재단(1.31%)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최대주주 전체 지분율은 12.29%에 불과하다.

이는 증권업계 대표 오너기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대표이사 부회장 김남구)와 신영증권(대표 원종석·신요환), 메리츠금융지주(회장 조정호) 등과 비교해보면 대신증권 오너일가의 낮은 지분율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오너 2세인 김남구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20.23%를 보유하고 있고, 신영증권 원국희 회장과 원종석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16.23%, 8.47%로 친인척을 포함한 오너일가의 지분이 25.74%를 차지한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을 무려 68.97%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증권 양재봉 창업주의 손자이자 이어룡 회장의 외아들인 양 사장은 2005년 2월 부친인 고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으로부터 회사 지분 223만주를 상속받았다. 2007년에는 동생 양홍준씨로부터 135만5005주를 상속받아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양 사장은 부사장에 선임된 직후인 2009년에 이르러서야 지분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주식담보대출 외에 마땅한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지분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양 사장의 지분율은 5%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6~7% 수준으로 올라섰다.

양 사장은 지난해부터 자사주 매입을 통한 대주주 일가 지분 증가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지분율을 0.5%나 늘렸다. 양 사장은 올해 들어서도 지분 증가폭이 0.3%에 이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의 영향으로 기관투자가의 경영권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대신증권 대주주 일가가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도 과거 경영권 위협 사례가 다수 있었기 때문에 경영권 강화 차원의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JP모건 계열의 한 자산운용사가 대신증권 지분을 9% 이상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또 2006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97%를 신규취득했고, 2007년에는 KTB자산운용이 5.51% 신규취득을 신고했다.

이외에도 2009년 3월에는 국민연금이 신규로 6.54% 지분을 매입했고 2014년에는 신영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취득했다고 신고했었다. 2017년에는 글로벌 헤지펀드 한 곳이 5% 이상 지분을 신고했다.

지난해 9월 이후 5% 이상 주주로 등재된 투자가는 없는 상황이지만, 최대주주 입장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대신증권처럼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곳은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주주의 지분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권 문제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대주주의 지분이 지금보다 더 낮을 때도 문제가 없었고, 소액주주들 가운데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45%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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