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8K TV’ 기술 경쟁이 독일에서 국내로 넘어와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미 ‘IFA 2019’에서 삼성 8K TV와 비교 시연으로 기술 우위를 주장한 LG전자는 내일(17일) 또 한 번의 기술 설명회를 통해 2차 저격에 나선다.

16일 회사 측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8K 및 OLED TV와 관련해 기술 설명회를 연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 7일 독일 IFA 현장에서 진행된 테크 브리핑에 이어 8K 해상도 등 표준규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자리다. 2차 설명회에선 8K 화질 측정에 대한 직접 시연이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남호준 HE연구소장(전무)과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상무)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LG전자는 현지시각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장에 삼성전자의 QLED 8K TV와 자사의 나노셀 8K TV를 비교 시연했다. LG전자의 나노셀 8K TV에는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 90%, 삼성 QLED 8K TV 화질 선명도는 12%라고 적었다.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의 8K 해상도 표준규격(화질 선명도 50% 이상)에 삼성 QLED 8K TV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LG전자 측 주장이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1등을 따라하려 하고 헐뜯는 것은 기본”이라고 응수, LG전자는 7일 독일에서 진행된 테크 브리핑에서 삼성 QLED 8K TV는 ‘리얼 8K’가 아니라며 공개 저격에 나선 바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력 가전제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일은 종종 있어왔다. 두 회사는 2011년 3D TV 기술 방식에 대한 공방에 이어 삼성전자가 2012년 양사의 냉장고 용량에 대한 비교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2014년 IFA에서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당시 H&A사업본부 사장) 등 임원이 부스 투어 중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갈등이 격화됐다.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유튜브 광고를 통해 자사 건조기의 콘덴서 수동세척 방식을 홍보, 먼지 논란을 겪은 LG전자 건조기 논란을 우회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국제무대에서 LG전자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공개 저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LG전자는 오랜 기간 ‘정도경영’을 내세운 착한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취임한 구광모 LG 회장 체제에서의 새로운 리더십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IFA에서 LG전자의 공격적인 행보는 미리 준비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LG전자는 테크 브리핑 말미 기자들에게 TV 광고 한 편을 별도로 선보였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상영 중인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알기’ 편 광고다. LG전자는 이 광고에 ‘앞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란 문구를 삽입, 삼성전자의 QLED TV 기술을 평가 절하하고 있다.

이처럼 LG전자가 TV 시장에서 공격 행보를 보이는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점유율 16.5%로 전 분기와 동일했지만, 1위인 삼성전자(31.5%)에는 뒤처지고 있다. 특히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전 분기 47.7%에서 53.8%로 상승, LG전자와 격차를 21.5%에서 36%로 확대한 상태다.

8K TV를 둘러싼 양사의 기술 경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향후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 대응 방식을 두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