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삼성 QLED 8K, CM 값 기준 이하” 거듭 맹공
삼성전자 “아날로그 때나 쓰던 CM” 정면대응

(왼쪽부터) LG전자 백선필 TV상품전략담당 팀장, 남호준 HE연구소장 전무,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8K 기술설명회에 참석해 Q&A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8K TV’ 표준규격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지난 ‘IFA 2019’에서의 전초전에 이어 양사는 국내에서 8K 기술설명회를 잇달아 개최, 자사 TV의 우수성을 알리며 격하게 대립했다.

◆“삼성 QLED 8K, CM 현저히 낮아”…2차 공세

선방은 LG전자가 먼저 날렸다. LG전자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는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의 국제규격에 한참 못 미치는 TV”라며 비방했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부터 시작된 싸움이다. 당시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은 “삼성 QLED 8K는 국제기관에서 규정한 8K TV가 아니”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이번 기술설명회에서도 LG전자는 삼성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가 ICDM의 표준규격(50% 이상)에 못 미치는 12%인 점을 거듭 지적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전략담당 팀장은 “인터텍 검증 결과, 삼성 QLED 8K 75형 제품은 세로 해상도의 CM 값이 91%였지만 가로는 12%에 불과했다”며 “시야각 문제로 가로해상도가 중요한데 삼성 TV는 기준값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5형 QLED 8K는 CM 값이 18%, 65형 제품은 15%, 75형 제품은 12%로 측정됐다. 이는 1998년부터 통용되고 있는 ICDM의 CM 계산법을 통해 측정된 결과다. ICDM은 TV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CM 값을 정의하고 CM 값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백 팀장은 “ICDM은 권위있는 기구로서 ISO와 한국의 국가기술표준원, 그 밖의 ANSI(미국)·BSI(영국)·DIN(독일) 등 협회에서 인용하는 규격”이라며 “아직까지 유효한 측정법”이라고 강조했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은 “8K 시장을 주도하고 싶다면 모델을 늘릴 게 아니라 국제규격에 따라 제대로 된 TV를 내놔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LG전자는 이날 자사의 나노셀 8K TV와 삼성 QLED 8K 제품의 색 표현력에 대한 비교 시연도 펼쳤다. CM 값이 90%인 LG전자 나노셀 8K TV가 블랙·화이트를 명확히 표현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삼성 QLED TV 패널 자체에 대해서도 자발광 TV가 아닌, ‘QD(퀀텀닷) 시트를 한 장 덧대 백라이트로 발현되는 LCD TV’라고 규정, 공세 수위를 높였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기술설명회에서 최근 8K TV 이슈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CM,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 어렵다”…반대 논리

오후 진행된 삼성전자 8K 기술설명회에서는 완전히 정반대의 논리가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CM 값만으로 8K TV의 화질 등 척도를 논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CM 값은 아날로그 TV 시절 물리적인 픽셀이 없을 때 해상도를 구분하기 위한 측정 방법이었다”며 “8K TV 화질은 밝기, 컬러 볼륨, 시그널 프로세스 능력과 휘도 등 여러 종합적인 산출물”이라고 맞받아쳤다.

삼성전자는 ICDM이 2016년 5월 개정된 내용을 통해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CM 측정이 ‘불완전한(incomplete) 방법’임을 언급,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한 점을 논리로 들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ICDM의 당시 회의록을 보면 ‘we also anticipate that use of thresholds as guidelines will discontinue in any new metric and will be replaced by measured levels.’라고 명시돼 있다. 새로운 지표에서는 기존의 측정방법이 중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용 상무는 “CM 값을 충족하고도 텍스트 가독이나 색이 빠지는 등 일부 제품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이에 대해 ICDM 또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2016년 이후 CM 값에 대한 논란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이젠 TV 평가 단체나 전문 매거진 등에서 화질을 평가하는 요소로 CM을 사용하지 않지만 LG전자가 이를 갑작스레 꺼냈다는 후문이다.

삼성의 주장대로 ICDM이 표준규격의 재정립을 필요로 했다면 LG전자의 논리가 다소 힘을 잃게 된다. 삼성전자는 QLED 8K가 국제 표준기구 ISO가 규정한 해상도 기준(7680X4320)을 충족, VDE 인증도 획득했다고 내세웠다.

삼성전자도 이번 기술설명회에서 8K 이미지, 동영상, 스트리밍 등 다양한 콘텐츠를 비교 시연했다. 8K 이미지 파일을 띄운 결과, 삼성 QLED 8K에선 작은 글씨도 선명하게 나타났지만 LG전자 8K 제품에선 글씨가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8K 카메라로 이미지 촬영 후 각각의 TV에 송출했을 때도 같은 결과였다. 8K 동영상 시연에서도 LG전자 제품에선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용 상무는 “이는 8K 콘텐츠를 당사 TV와 다른 TV가 어떻게 처리하고 보여주는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경쟁사의 TV에는 시그널 프로세서 즉, 신호처리 능력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판매량 등 시장에서의 우위에 대해서도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 상반기 누계 기준 QLED TV는 212만대, OLED TV는 122만대가 판매됐다. 용 상무는 “현재 8K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CM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8K 협회에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미래 시장을 만들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 LG전자는 표준규격 등 기술 차이를 더욱 알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골적인 기술자랑은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소모적 논쟁은 두 업체 간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번 8K TV 표준규격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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