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 압수수색 등 불공정거래 혐의…향후 수사 방향 ‘예의주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 한 가운데 향후 수사 방향과 결과를 놓고 증권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선행매매에 관해 증권사·운용사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특사경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찾아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한 자료와 직원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7월 출범한 특사경의 첫 수사여서 업계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특사경은 하나금투 애널리스트 A씨의 선행매매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관련 자료와 주변인들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선행매매는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이 주식 및 펀드거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해 거래 전 매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포괄적으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일체의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우월적 지위나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할 경우 결국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선행매매는 자본시장법상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다음날인 19일 업계에서는 하나금투의 선행매매에 연루된 직원이 추가로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하나금투 관계자는 “혐의가 있는 직원은 1명으로 알고 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서는 선행매매를 통한 애널리스트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한 소문이 오래 전부터 돌고 있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외 추가 공범들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다수의 애널리스트가 CJ E&M으로부터 실적정보를 받아 펀드매니저들에게 미리 알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당시 CJ E&M 직원 3명은 지난 2013년 10월 애널리스트 3명에게 “CJ E&M 3분기(7~9월) 실제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인 200억원을 밑돌아 100억원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해 3분기 CJ E&M의 실제 영업이익은 85억원에 그쳤고,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9.45% 급락하면서 정보를 미리 입수한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 KB증권(대표 김성현·박정림),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 등 자산운용사들은 사전에 주식을 대거 매도해 100억여원의 손실을 피했다. 반면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바 있다.

특사경은 전날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는 A씨 외에도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 10여명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특사경은 압수한 스마트폰 등을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으로 분석할 예정인 만큼 추가 공범이 있다면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다만 특사경 수사가 본격 가동된 만큼 타 증권사 및 운용사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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