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는 2000년대 들어 우리 경제 및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확대된 청년실업률과 전체실업률 간의 차이는 경제 회복 후에도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경제 회복에 따라 청년층 고용사정이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2010년 12월 기준 8%로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이 펴낸 ‘성장률 하락과 청년실업 악순환 우려된다’ 보고서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률에 따른 청년실업의 문제를 살펴본다.

 


 

청년 고용은 경기의 순환적인 변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경기 하강국면에서는 신규채용이 줄면서 청년실업률이 전체실업률보다 크게 높아지고 상승국면에서는 다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는 단순한 경기 변동에 따른 고용의 증감현상보다는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 크게 악화

 

청년층 경제 활동 인구가 계속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악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의근본적 원인은 국민경제의 중장기 성장률, 즉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장기적 수요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1990년대 전반에는 7%대에서 외환위기를 계기로 4%대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시기 청년실업률은 1990년대 평균 5.5%에서2000년대 평균 7.8%로 증가하였다.

 

잠재성장률의 급락시기인 1998년 2분기를 기점으로 청년실업률과 청년실업률 갭에 뚜렷한 구조적 변화가 있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청년실업률 및 청년실업률 갭의 수준자체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잠재성장률과 청년실업률 갭이 서로 역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과 청년실업률 갭 사이에 장기적인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여지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롭게 생기는 산업/사업 영역에서는 기존 인력과 신규 인력의 업무 능력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기존 산업에서는 취업 경험이 있는 기존 인력의 업무능력 우위가 강조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미경험 신규인력을 뽑을 유인이 줄어든다. 장기적인 성장활력 둔화로 기업들이 미경험자를 뽑아 회사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는 데 드는 교육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인력채용방식은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보다는 핵심 인력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수혈하는 방식이 선호되었다. 외환위기 이전 2.5%에 달하던 신규 채용률(전체 근로자 중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비중)은 위기 이후 1.3%대로 하락한 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2000년대에도 2.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경제 위기로 청년층 고용이 급격히 위축되고 이후 과거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년실업률 악화는 세계적 현상

 

장기적 성장률 저하 추세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화되는 것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제조업 부문에서 일본에 추월당하면서 잠재성장력이 한 단계 하락한 바 있다. 1970년대 중반을 전후로 평균성장률은 4%대에서 3%대로 낮아졌으며 이에 따라 청년실업률 갭이 1.5%p 이상 증가하였다.

 

유럽의 경우 1990년대 초반 기업 구조조정의 미흡,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고질적인 유럽병의 폐해로 다수의 국가들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바 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벨기에, 아일랜드 등의 성장률 하락폭이 컸으며, 청년실업 문제도 빠르게 악화되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80년대 후반의 4%대 성장률이1990년대 들어 마이너스로 추락하였고, 같은 기간 동안 청년실업률은 각각 10%에서 14%,18%에서 25%로 증가하였다. 이들 국가에서 청년실업률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는 10여 년이 걸렸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 구조조정 등 지속된 노력으로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림으로써 가능했다.

 

특히 심각한 경제 위기로 잠재성장력이 급락한 나라들은 청년 고용 사정 악화가 장기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나타낸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잠재성장률이 4%대에서 1%로 추락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청년실업률이 1980년대 4%대에서 1990년대 이후9%대로 급증했다.

 

일본은 1% 내외의 낮은 성장률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청년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청년실업률 갭은 1990년대 전반 평균 2%p에서 1990년대 후반에는3.5%p로 증가한 후 2000년대 전반에는4.7%p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종업원의 장기 고용을 보장하는 전통적인 고용시스템으로 인해 청년 고용문제가 더 악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은 경비 절감을 위해 기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새로운 인재 채용을 전면 억제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청년실업 문제의 장기화 및 구조화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니트족(NEET족: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받지 않는 청년 무직자), 프리터족(Freeter족: 아르바이트나 시간제로 돈을 버는 15-34세의 노동 인구)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청년 고용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청년실업, 경제력 저해 악순환 우려

 

1990년대 초반 금융 위기를 겪었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뚜렷이 확인된다. 금융 위기 전이들 국가는 1980년대 평균 8%대의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었다. 부동산 및 금융시장 버블이 붕괴된 1991년 금융 위기 직후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하였고, 그에 따라 청년실업률은 평균 20%대로 치솟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경제회복이 가시화되었으나 1990년을 기점으로 급증한 청년실업률은 위기 이전 수준인 8%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서도 위의 세 나라는 평균15%의 높은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 갭 역시 위기 이전 4%p 수준에서 크게 벌어져 청년실업 문제가 현재까지 심각한 사회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2009년 청년실업률이 26%에 달하며 9%에 못 미치는 전체실업률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각 정당들이 청년실업 해소 정책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등 이 문제가 경제 및 정치계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청년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와 반대로, 청년실업의 증가는 인적 자본 축적을 저해함으로써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학업을 마친 청년이 실직 상태로 오래 머무르게 되면 초기 직장 생활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여 적기에 인적 자본을 쌓을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미취업이 장기화되면 개인의 취업 의지와 근로 의욕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취득한 지식 및 기술의 가치가 상실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교육열로 인해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매우 큰 점을 감안하면 청년층 실업으로 인해 유실되는 인적 자본의 가치는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청년층이 경제활동의 주력 계층이 되는 시점에서 기업가 정신의 결여, 노동 의욕저하, 창의성 상실 등이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려 성장 잠재력 수준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미국경제의 성장과 고용 증대를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IT 분야인데, 이들 부문은 젊은 층이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창의성이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청년층 고용 증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OECD에서도 인생 전반기의 실업 경험이 차후 취업 가능성을 낮추거나 평생 소득의 저하로 이어지는 등 개인의 삶의 질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한다는 점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악순환 고리 끊는 것이 관건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이후 잠재성장률이 한 단계 저하되면서 성장저하와 청년실업 문제의 악화라는 악순환이 고착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청년 고용 사정을 개선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잠재성장 능력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함과 동시에 청년 고용을 촉진하여 인적 자본의 훼손을 막아야 할 것이다.

 

청년층 고용의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여 직업 교육을 시키는 일에 따르는 부담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직업 훈련이나 단기 일자리 취직이 일시적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직업 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실습 위주 교육과 기업의 파트타임 고용을 통한 직업 훈련의 병행 시스템이잘 갖추어져 있는 네덜란드나 독일에서 청년층의 장기 취업 비중이 높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청년 고용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학력 수준이 높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청년 고용 유인이 효과적으로 제공될 경우 생산력, 노동력 질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우리나라는 이에 따른 성과도 그만큼 클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성장 산업의 발전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고 동시에 청년층의 유휴 인력을 흡수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등 신성장산업 부문은 IT기술 등 무형의 소프트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고학력 청년층 노동력의 잠재적 수요가 많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신성장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 및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독창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중소기업이 많이 육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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