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인가 2주 앞두고 나서는 기업 ‘無’…규제·사업성에 발목 잡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다음달 시작되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을 앞두고 ‘흥행 참패’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던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키움뱅크 모두 현재로선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는 등 자칫하면 제3인터넷은행 출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첫 인가 절차 때 예비인가 신청을 낸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지난 5월 금융당국 심사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당시 금융당국은 키움은 혁신성, 토스는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를 불합격시켰다.

키움과 토스 양사는 아직 참여 여부를 확정 짓지 않았으나 내달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한다면 합격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군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증권업과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 포기 의사를 직접적으로 내비쳤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금융위와 만나면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는 걸 느끼는데 실제로 감독당국을 만나면 진행되는 게 없다”면서 “금융당국이 우리가 수행 불가능한 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해진 요건을 지키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 정해지지 않는 규정과 조건을 제시해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대표는 “증권업 진출을 위해 이미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포기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증권업이 안 되면 인터넷은행도 해볼 필요가 없다”고 사실상 재도전 포기 의사를 피력했다.

이 대표의 돌발 발언에 금융당국은 당혹감을 표하는 동시에 업계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파장이 일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개석상에서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이 대표의 발언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라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은행에 적극 도전했던 키움뱅크 역시 재도전 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예비인가 탈락 후 컨소시엄 간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내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고 혁신성 등 보완사항을 고려해 재도전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재추진 일정’을 공개하고 내달 10일부터 15일까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예비인가 신청 후보들에 대한 사전 종합 컨설팅도 진행한다. 이는 인터넷 인가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신청 희망 기업의 준비상황을 체계적으로 점검·지원한다는 취지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종합 컨설팅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상담한 기업들에 최종적으로 상담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특정 기업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등 잠재적 후보 기업들의 관심은 싸늘하기만 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자격요건 등 여전히 까다로운 규제장벽도 문제지만 은행업의 사업성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에 흥행 부진이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CT 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선 인터넷은행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인터넷은행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규제 장벽이 있어도 도전 의사를 밝히는 기업들이 줄을 서겠지만, 카카오뱅크가 시장을 확실히 선점한 상황에서 신규 인터넷은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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