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회의실 건물 지붕을 수리 중인 남북한 병사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남북한과 유엔군사령부가 1953년 정전협정 후 처음으로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뜻을 모았다.

유엔사는 23일 남북한과 유엔사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판문전 공동경비구역(JSA)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건물 지붕 등을 수리했다고 밝혔다.

보수 공사는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파손된 회의장 건물 지붕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피해는 북측 관할 구간에서 특히 심하게 일어났는데 건물 지붕 자재인 양철판이 강한 바람에 날아가 이를 교체하는 작업이 있었다.

공사를 위해 북한 측에서는 1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이는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화 조치의 효과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엔사측은 "유엔사와 북한군 양측의 요원들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 보수 작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9월 11일부터 판문점에서 정례적인 전화 통화와 직접 대면 소통을 통해 JSA 내의 회담장과 기타 기간시설물에 대한 보수작업 일정을 조정하고 실시했다"고 이번 공사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유엔사는 또한 보수 공사 장면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북한 군인들과 협력해 피해 복구에 나섰다는 점은 남북한 모두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유엔사는 밝혔다.

유엔사는 아울러 "이번 일은 우리에게 JSA가 북한, 유엔사령부, 그리고 대한민국 사이의 연결 고리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 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또 65년 이상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임무인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북한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게 유엔사측의 입장이다.

현재 JSA 내 건물은 유엔사와 북한 측이 각자 관리를 하고 있다.

남북한과 유엔사 등 3자가 협력해 JSA 내 회의장 등 건물 보수 공사를 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남북한과 유엔사는 9·19 군사합의에 따라 '3자 협의체'를 구성, 지난해 10월 27일 JSA 내 지뢰 제거와 초소 및 화기 철수, 상호 공동 현장검증 비무장화 조치를 완료했다.

남북과 유엔사 등 3자는 최근 ‘JSA 공동근무 및 운영규칙안'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북한 측의 호응으로 이 규칙안에 대한 최종 합의가 끝난다면 남북 공동근무 투입 및 민간 관광객들의 JSA 내 자유 왕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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