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강당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 3-1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헬릭스미스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신약의 임상 3상 결론을 내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며 바이오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신라젠·코오롱티슈진 등 국내 대표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이 줄줄이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헬릭스미스는 ‘반전카드’로 거론됐던 터라 충격은 배가 됐다.

24일 헬릭스미스는 전날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의 3상에서 위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오전 9시3분 기준, 코스닥시장에서 헬릭스미스는 전일 대비 5만1400원(29.99%) 내린 12만원에 거래되는 등 개장 즉시 하한가를 기록해 투자심리가 곤두박질친 모습이다.

헬릭스미스는 “현재의 데이터만으로는 혼용 피험자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해 별도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11월에 제출할 최종보고서와 12월로 예상되는 임상 3상 종료 미팅에서 이를 상세하게 FDA측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임상 피험자 전원에 걸쳐 이상반응 빈도가 매우 낮게 나왔고, 약물과 관련됐다고 판단한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없었다”며 “주사부위 반응도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미한(Grade1) 사례였다”고 덧붙였다.

헬릭스미스는 도출 실패의 원인으로, 환자 일부가 다른 약물과 혼용한 점이 발견돼 위약·엔젠시스 간 효과가 크게 왜곡돼 명확한 결론 도출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환자에게서 엔젠시스 약물 농도가 현저히 낮은 것을 파악했고, 위약과 다른 약물간의 혼용가능성을 시사한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장 시작 전 IR 간담회를 통해 “일부 환자에게서 통증 완화 효과가 나타났다”며 “신약 개발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임상 결과 도출이 지연된 것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투자 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올해 전반적으로 바이오업종은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얀센, 에이치엘비 등 굵직한 기업들의 임상 실패 등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 5월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를 받았으며, 이후 지난 6월 말에는 에이치엘비가 신약 ‘리보세라닙’이 임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 생존기간(OS)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급락한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엔 한미약품의 파트너사인 얀센이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으며, 지난달 신라젠의 간암치료제 ‘펙사벡’이 임상 3상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헬릭스미스 글로벌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실험을 마지막 불확실성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제약바이오 섹터 내 마지막 남은 불확실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비록 결과가 기대했었던 것과는 달리 현재의 상황만으로는 실패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여 헬릭스미스 뿐만 아니라 섹터 내 다른 종목들도 일부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 공개가 마지막 남은 불확실성 해소라고 인식되고 있다”며 “신라젠이나 에이치엘비의 임상결과 공개 때와는 달리 섹터 내 다른 종목들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코스닥 2위 업체인 헬릭스미스의 주가 급락시 제약·바이오 신뢰도 하락과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미 임상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고 있고 파장이 클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악재가 보이지 않는 등 불확실성 해소로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국내 1호 기술특례 상장기업이자 코스닥 시총 5위 기업으로, 각종 질병의 진단 및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제약산업 중 DNA·단백질 등의 생물학적 소재를 활용해 혁신적 바이오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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