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두 차례 압수수색 받아…고객 신뢰 회복 ‘급선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사진=한국투자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이 고용보험기금 대규모 투자 손실과 조국 펀드 논란, 채권 주문 오류 등 연이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이달에만 검찰 압수수색을 두 차례나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고객들의 신뢰도 크게 추락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지난 23일 삼성바이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때 대표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투증권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상장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관상 검찰 수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캐고 있지만, 본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바이오 회계 변경→삼성바이오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을 규명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가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조 장관의 부인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와 두 자녀들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PB) A씨의 조언을 받아 현금과 유가증권 등 재산 일부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현재 소속 지점이 영등포PB센터다. 검찰은 A씨의 개인 PC와 조 장관 가족 재산 관련 자료 확보에 주력해 현재 일부 혐의를 입증한 상태다.

최근에는 한투증권이 투자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파생결합증권) 상품이 수백억 원대 손실을 내며 자존심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계된 1년 만기 상품 ‘한국투자금리연계사모펀드16호’와 ‘현대인베금리연계사모펀드4호’에 각각 314억3000만원과 270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해당 상품의 만기일은 각각 2019년 7월23일과 2019년 7월24일이었다.

하지만 2회차에 걸쳐 총 584억7000만원을 투자한 두 펀드는 각각 마이너스 77.2%와 마이너스 86.2%를 기록해 총 476억6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마이너스 81.6%다.

해당 상품은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최대 6%의 수익이 발생하지만, 금리가 마이너스 0.1% 밑으로 내려갈 때부터 원금의 20%가 손실되기 시작해 마이너스 0.5% 이하부터는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과 고용노동부 측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상 흐름 등을 고려해 투자했으나 올해 들어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 금리 정책 변화 등으로 독일 국채 금리가 예상외로 급락해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우선돼야 할 사회보험성 기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본 고용부가 내년 위탁운용사를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16일에는 한투증권에서 실제 보유 물량의 1000배에 달하는 채권 매도 주문이 시장에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증권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증권(대표 장석훈)과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의 ‘유령주식 사태’와 유사한 이른바 ‘유령채권’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JTBC 회사채에 대한 매도 주문 300억원, 500억원 어치가 각각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이는 이 회사채의 총 발행금액 510억원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자증권제 시행으로 전산시스템을 바꾸면서 개발자가 ‘타사 대체 채권’ 입고 시 실수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잘못 설정해 벌어진 일”이라며 “잘못된 매도 주문은 곧바로 취소돼 거래가 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증권과 거래소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로 한투증권의 내부 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면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조국 펀드 논란과 대규모 투자 손실 등도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로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