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금융투자사 임직원 주식차명거래 위반 87명

여의도 증권가. /사진=윤주애 기자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금융투자사 임직원이 차명계좌로 불법 주식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투자는 고객을 배신하는 모럴해저드로 엄벌이 요구된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국회의원(서울 도봉구을, 정무위)은 최근 5년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임직원의 주식차명거래 위반자는 총 87명이었으나 전원 검찰에 고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5일 김 의원실에 따르면 주식차명거래 위반자 87명 가운데 79명은 증권선물위원회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8명은 자체 징계만 실시하고 전원 검찰고발 없이 사안이 종결됐다.

최근 금감원 임직원의 주식차명거래로 증선위 과태료 처분 외 징역형 1명, 벌금형 6명이 선고된 것과 비교해 처벌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실은 자본투자시장에서 선수 역할을 하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임직원에 대해서도 솜방이처벌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공정거래 기틀을 잡아야 하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감독원 특수사법경단(특사경)은 최근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해 일부 애널리스트 등의 선행매매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선행매매는 사전에 입수한 주식정보로 미리 주식을 사고 팔아 시세차익을 취득하는데,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선행매매나 주식차명거래 모두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사의 정보교류차단(차이니즈 월)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에 찬물을 끼얹으고 있다. 금융투자사들은 차이니즈 월 규제가 업계의 성장을 발목 잡고 있다며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의 주식차명거래 비위행위를 분석해 보면, 평균 투자원금 1억2100만원, 거래일수는 228일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79명이 증선위에 넘겨져 평균 18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증권·자산운용사 임직원의 비위행위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2016년 적발된 한양증권 A이사대우의 경우 소속 회사에 개설된 타인명의 계좌와 다른 회사에 개설된 본인명의와 타인명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 55개 종목에 대해 최대투자원금 17억5200만원으로 322일간 매매하다가 증선위에서 과태료 5250만원을 부과받았다.

상상인증권 B부장의 경우 타인명의 계좌로 상장주식 등을 거래하면서 관련계좌를 신고하지 않고, 분기별 매매명세도 통지하지 않은채 1532일간이 차명거래를 해 증선위로부터 4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2015년 KB자산운용 C대표이사의 경우 타인명의 계좌와 함께 자기명의 계좌를 준법감시인에게 신고하지 않고 거래하다 적발됐다. 2018년 그린투자자문 D 전 대표이사도 배우자를 포함한 타인계좌 4개를 이용해 차명거래를 하다 각각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은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 감사로 적발돼 지난해 정식재판을 받은 금감원 임직원 사건의 경우 제일 낮은 비위행위를 한 선임조사역의 혐의 수준은 투자원금 5200만원, 거래일수는 13일에 불과했는데 형사고발 돼 재판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는 점이다.

투자원금 1억400만원, 거래일수 122일의 비위행위를 저지른 또다른 금감원 선임조사역도 증선위 과태료와 별도로 벌금 2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와 유사한 비중의 범죄를 저지른 증권·자산운용사 임직원들은 증선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아 형사처벌을 전부 면제받게 되면서 처분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주식차명거래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제63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금융실명제법 제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범죄를 세부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제24조에서 형사벌칙 대상 행위자를 고발 또는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돼 있어 과태료 처분으로만 종결한 증선위 결정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김선동 의원은 “똑같은 주식차명거래를 했는데 감사원의 감사로 범죄사실이 외부로 공개된 사람은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고, 내부 적발로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사람은 검찰 고발 없이 과태료 처분으로 종결하는 등 증선위 처분기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자본시장에서 심판과 선수로 뛰고 있는 금감원, 증권투자사 임직원의 주식차명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용을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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