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적자 공기업 한전에는 '경영인'이 필요하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자산을 정부 정책으로 멋대로 하면서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배임 행위다."

지난 7월 한전 이사회는 주택용 누진제 완화를 받아들이면서 배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이언주 의원은 소액주주들과 함께 '업무상 배임죄'로 김종갑 사장을 고발했다. 소액주주들은 올 상반기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탑을 쌓고도 김종갑 사장을 비롯한 이사회가 손실이 불가피한 사안을 결정한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김종갑 사장은 다시 배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종갑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또다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정책 사업 추진을 결정해서다. 바로 '한전공과대학교(한전공대, 가칭)' 설립이다. 하반기 비용절감 본격화와 원전 이용률 회복 등으로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던 주주들은 이로 인한 재무악화를 우려하며 김종갑 사장의 역할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전공대는 한전이 초우량기업이었던 시기 나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당시 한전의 넉넉한 재원을 활용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특화대학을 설립, 지역발전과 인재 육성을 힘쓴다는 취지에서 계획됐다.

취지는 좋지만 지금의 한전 상황에서 추진할 사업은 아니다. 한전공대 사업비 1조6000억원 가운데 1조원 가량을 한전이 감당하기에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좋지 못해서다.

김종갑 사장 역시 한전의 위기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의 원가절감, 투자수익성 향상과 회사운영 전반에 걸쳐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 점검이 필요하다"며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시점까지 비상경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김종갑 사장이 산업부 1차관,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지멘스 회장을 거친 에너지분야 전문가인 만큼 한전의 위기를 타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전 사장으로써 그가 한일은 정확히 정반대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92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총계는 123조에 달한다.

한전공대 설립이 추진될 경우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김종갑 사장 취임 후 한전 주가는 급락한 상황이다. 취임 당시 주당 3만3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해 10월 2만3850원까지 하락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25일 현재는 2만69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는 취임 후 4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한전은 산업은행 32.9%, 정부 18.2%, 국민연금공단 7.18%로 사실상 정부가 58%의 지분을 지닌 공기업이다. 하지만, 소액주주가 35.08% 지분을 보유한 코스피 상장사이기도 하다. 소액주주 중에는 외국인·기관 투자자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다. 한 관계자는 "한전이 손실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수익사업이 아닌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해 회사에 손실을 입힐 경우 주주들이 배임을 물을 수 있다"며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나설 경우 이는 더 큰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김종갑 사장이 배임 논란에도 한전공대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한전공대 초대 이사장을 김종갑 사장 본인이 맡기로 해 2021년 임기가 만료된 후 갈 곳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한전은 오는 27일 한전공대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법인 설립에 필요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학교법인 이사회 구성, 정관 등을 의결하는 자리다. 초대 이사장은 김종갑 한전 사장이 맡는다. 내년 총선을 염두한 선심성 지역개발사업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각종 의혹 속에서도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을 밀어붙이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곽대훈 의원(자유한국당)은 한국전력의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을 막는'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정부가 한전공대 설립 한전공대 운영비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활용해 지원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김종갑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한전공대 추진 저의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곽대훈 의원은 “한전의 악화된 경영상황에도 대통령의 공약이라며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한전공대 설립을 막기 위해 입법기관으로 법적인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률안을 심의해 한전공대 설립이 정당한지를 낱낱이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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