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의원 "일상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매너리즘 사례" 일침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남부발전(사장 신정식)이 발전설비 부실검증으로 82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남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남부발전은 2017년, 삼척그린파워 발전소에서 석탄진동선별기를 도입하는 과정 중 허술한 검증으로 인해 82억원에 달하는 불필요한 손해를 봤다.

해당 설비는 현대건설을 포함한 2개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삼척그린파워 발전소 1, 2호기 보일러에 대한 설치조건부 구매계약을 맺으면서 도입됐다. 총 1조712억여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이다.

문제가 발생된 부분은 보일러를 구성하는 설비 중 하나인 석탄진동선별기다. 석탄선별기는 기계적인 힘을 이용한 진동으로 직경 15㎜ 이하인 석탄을 선별하는 설비로, 석탄 자체의 고유수분과 석탄입자 표면에 부착한 부착수분의 합인 총수분에 대한 요구범위가 있다.

남부발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도입 당시 계약서에 '석탄선별기는 총수분이 최대 43%인 석탄까지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석탄선별기의 도입계약액은 20억원이다.

하지만 2013년 8월, 실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한 석탄선별기의 설계도면을 보면 해당설비의 부착수분은 15%로 표기돼 있다. 이는 총수분으로 환산할 시 36.2%에 해당하는 수치로, 계약서에서 요구된 총수분의 최대치인 43%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부발전 기술팀은 설계도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2014년 12월 석탄진동선별기의 구성방식을 승인했다. 해당 설비의 총수분이 최대 43%인 석탄으로 최대연속정격에서 연속 운전이 가능한지가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별도의 검증이나 평가 과정을 생략한 채 승인한 것이다.

해당 석탄선별기가 설치된 보일러는 2016년 4월 가동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같은 해 12월 결국 해당 선별기에 하자가 발생했다. 선별기는 반복적인 커버손상, 커버볼트 풀림, 모터 손상 등 하자가 발생했고, 2017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각종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남부발전은 2017년 11월, 선별기 방식을 진동방식에서 롤러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필요한 구축비용은 60억여원으로 책정됐고, 남부발전은 이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각각 30억여원씩 균등 분담하기로 합의한 후 보일러 구매변경계약을 체결했다. 불필요하게 추가비용 30억원을 부담한 셈이다.

게다가 2017년 6월, 석탄선별기의 하자로 인해 두 차례에 걸쳐 발전가동이 중단된 사실도 있다. 총 175시간동안 발전이 중단됐고 이로 인한 손해비용은 남부발전 추산 약 53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해당건으로 남부발전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시공사측은 발주처인 남부발전이 사실상 지명한 업체로부터 설비를 도입해 시공하고 이후 1년여 시운전에서 문제가 없어 상업운전에 들어가게 됐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발주처가 원하는 스펙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은 단 한곳으로 사실상 발주처가 해당 설비 구매처를 지정한 셈"이라며 "발주처 감독하에 공정이 이뤄졌고 시운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상업운전에서 저열탄을 써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발주처인 남부발전의 부실검증이 문제의 원인이란 주장이다. 

이훈 의원은 “해당 사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했던 제품설계도상 적혀있는 수분 수치만 제대로 확인하고, 검증하려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손해를 초래한 격”이라며 “이는 발전소 운영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매너리즘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 “발전소의 경우 이러한 황당한 사유로 인해 발전이 중단되고, 추가비용까지 야기한다면 이는 국민들이 그만큼 공적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공기업은 국민들에게 공적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설비운영에 있어 꼼꼼하고 체계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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