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중단” 요구한 노조…향후 이사회 일정도 ‘미정’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지원)가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정기이사회 일정을 취소하며, 차기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선임이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앞서 한국거래소 노조가 “거래소 본부장 선임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출신 ‘낙하산’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이사회 취소로 이어진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20일 이사회와 내달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이은태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정창희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의 임기는 각각 지난 7월 3일과 이달 1일부로 종료됐다.

하지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현장, 이하 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지부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거래소 본부장 선임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출신 ‘낙하산 인사’ 선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차기 본부장 선임 절차가 난관에 봉착했다.

이동기 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지부장은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단순한 금융 공공기관장이 아니다. 하루 평균 90조원 넘는 금융상품이 거래되는 우리 자본시장의 최고 책임자”라며 “오직 시장 하나만 보고, 정치 관료 권력, 지역주의로부터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의 성명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시장본부장 후임으로는 거래소 내부 인사 선임이,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자리에는 조효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조효제 전 부원장보는 이달 초 금감원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출신인 조 부원장보를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자리에 앉힘과 동시에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자리에는 내부인사를 선임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커지는 것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간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자리는 거래소 내부 출신을 앉히는 것이 관례였으나, 지난 2016년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이은태 전 유가증권본부장이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차기 본부장 선임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아무것도 없다”면서 “금감원 출신 내정자가 있다는 것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다음 이사회 일정도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신임 본부장 선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후임 인선 작업이 지연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자리는 지난 7월 임기가 종료된 이은태 전 본부장이 업무를 계속 맡고 있다. 파생상품시장본부장직은 정창희 전 본부장이 이달 초 물러나면서 현재는 지천삼 파생상품본부장보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상태다. 두 본부장들의 임기가 모두 만료됐음에도 아직까지 후임자 윤곽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만큼 ‘낙하산 인사’ 논란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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