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0억 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금감원 “이행계획서 제출받고 검토 중”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대표 원종준)이 62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DLF사태 이후 또 다시 수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모(母)펀드 2개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의 환매 중단이 결정됐다. 해당 펀드는 대체투자펀드 중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다.

이들 2개의 사모펀드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환매 중단 대상 펀드의 설정액은 약 6200억원에 달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플루토 FI D-1호’가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은 대부분 발행회사와 인수계약을 직접 체결해 편입한 사모 금융상품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성으로 장내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가 용이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산을 매각하면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또 ‘테티스 2호’가 사놓은 CB나 BW는 7월 이후 코스닥 시장의 전반적 약세에 따른 발행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주식 전환을 통한 유동화가 어려워졌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단 후 편입 자산을 최대한 빨리 유동화 할 방침임을 밝혔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환매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의 무리한 저가 매각 등으로 투자 수익률이 저하돼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펀드 가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된 자산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고객 피해 최소화를 가장 큰 목표로 합리적인 가격 범위에서 자산을 최대한 신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는 은행 9곳 증권사 21곳 등 총 30여개다. 지난 8월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대신증권(9800억원)이며, 그 뒤를 이어 우리은행(8808억원) 신한금융투자(4295억원), 키움증권(3972억원), 한국투자증권(2532억원), KB증권(3720억원), 교보증권(3232억원), KEB하나은행(1803억원), NH투자증권(1715억원), 메리츠종금증권(1116억원) 등의 순이다.

우리은행 등 일부 판매사는 라임자산운용에 투자대상과 상환금 지급 방식 등 추가적인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펀드 환매 중단과 상환금 지급 연기 등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 9일 라임자산운용에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경과를 정리한 환매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를 제출받아 현재 검토 중인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는 아니다. 이행계획서 제출은 점검 차원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환매 중단은 펀드의 영구 지급 불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입자가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객 손실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환매 중단이 길어지면 만기 때 편입 자산의 채권이 확보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영의 환매가 언제쯤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정확한 상황은 협회 측에서도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 가능 시기나 중단 규모가 어느 정도로 나올지는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이달 2일이 최초 상환일인 사모채권 펀드 3개에서도 274억원 규모의 상환금 지급 연기가 발생한 바 있다. 또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펀드 간 자전거래를 통한 수익률 돌려막기와 파킹거래 등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8월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과 관련한 검사는 이달 초 마무리 한 상태다. 검사 결과를 검토해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환매중단에 대한 별도의 조사 계획 등은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을 통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 위원장은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등 악재가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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