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급 '강원도 산불' 유사 사고 우려
윤한홍 의원 "한전 개폐기 관리 실태 믿을 수 없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 = 한국전력공사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김종갑 사장이 이끄는 한국전력공사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화재 사고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화재 예방은 뒷전이다.

무엇보다 대규모 적자로 화재 예방을 위한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전공대' 등 비수익성 정부 정책 사업은 과감히 진행해 '안전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전국 전력구와 공동구 내 비난연성 전력케이블 1466km 중 57%에 달하는 839km가 아직 교체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은 비난연성 전력케이블을 쉽게 타지 않는 성질의 난연성 케이블로 교체해 화재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2014년 부산 녹산 전력구에서 전력케이블 접속으로 화재사건이 발생해 약 3000곳에 정전이 발생하고 1억6000만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까지 난연케이블 교체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10월 현재까지 단 43% 밖에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대부분의 전력케이블이 화재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사업부진 이유는 사실상 사업비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전력케이블 1km를 교체하는데 3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결국 한전은 해당 케이블 교체 대시 차화커버를 씌우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 방식으로 바꾸면 1km 설치에 6200만원이 든다. 하지만 이는 결국 오래된 케이블에 커버만 덮는 것으로 근본적인 화재안전 보강책이 아니다.

이훈 의원 역시 이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한전이 기존의 계획을 변경해 난연성 확보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되레 쉬운 길로 가려다 자칫 더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대목”이라며, “한전은 지금의 케이블 교체사업 계획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 수단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 케이블교체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더욱 면밀한 점검계획과 관리계획을 수반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2019년 4월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일대./사진 = 뉴시스

김종갑호(號)의 안전불감증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지난 4월 발생한 국가재난급 대형 산불인 '강원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상 발견 개폐기'를 여전히 방치해 온 것이다.

윤한홍 의원(자유한국당)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 속초지사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개폐기 등 정밀진단 결과 총 487건의 이상을 발견하고도 50.5%에 달하는 246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전봇대 개폐기 외관의 안전성을 진단하는 광학카메라 진단의 경우 총 355건의 이상을 발견하고도 40.0%인 142건만 조치했다.

실례로 지난 4월 강원 산불 발화지점에서 7km 떨어진 곳의 전신주에서는 2017년 3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배전기자재(COS)라는 설비에서 이상 발열이 감지됐다. 절연 불량 증상이었지만 그대로 방치됐고, 2018년 4월에는 정상 온도보다 70도 높은 90.9도까지 올라 '치명적 결함'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설비는 지난 4월에야 교체됐다.

한전이 안전 예산을 줄여서다. 김종갑 사장이 취임한 직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마른 수건을 짜기 시작한 2018년, 한전은 개폐기 정밀진단 예산을 2016년 15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줄였다. 배전 유지보수 예산은 2017년 1조8621억원에서 2018년 1조4418억원으로 무려 4000여억원을 감축했다.

국감현장에서도 이러한 한전의 행태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은 "한전의 설비 유지 보수 예산 집행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인해 강원도 산불이 났다고 보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전이 어떠한 책임감을 갖고 보상 문제에 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종갑 사장은 "산불이 한전 설비에서 비롯된 점은 죄송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나중에 따지더라도 피해 보상은 최대한 빨리하겠다"고 답했다.

한전의 적자가 안전 예산 감축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윤한홍 의원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한전이 안전예산도 줄였고 이에 따라 안전점검 역시 부실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전의 개폐기 등 관리 실태를 믿을 수 없고, 이번 고성 화재 역시 한전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갑 사장은 "한전은 그동안 유지보수에 많은 돈을 썼다"며 "적자와 유지 보수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전은 이달 교육과학기술부에 한전공대(가칭)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교육부는 연내 법인허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열고 임원진 선출을 마무리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을 비롯한 이사 7명, 감사 후보 2명 등 임원진 9명이 선출됐다. 초대 이사장은 김종갑 사장 본인이다.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 비용으로는 총 1조6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전측은 실제 설립기간인 2025년까지를 기준으로보면 8289억원이 투입된다며 크게 부담스러운 비용은 아니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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