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막겠다더니, 여신지침 개정해 전용 펀드 설립 차단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 /사진=김정훈 의원실

[월요신문=윤주애 기자] 한국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면서도 정작 노후화된 연안여객선 현대화 사업을 외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부산 남구갑, 정무위원회)은 한국산업은행에 자료요청을 통해 받은 답변자료인 ‘연안여객선 현대화 관련 펀드 방안 검토’ 보고서(2014년10월8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노후화된 연안여객선의 현대화 필요성에 따라 펀드를 통한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종합 의견’을 통해 “정부의 펀드 직접출자 또는 선박건조 및 투자금 상환 등에 대한 정부(또는 해운보증기구 등)의 보증 또는 신용보강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확인결과 산업은행이 그로부터 3개월 후인 12월 31일 연말에 '여신지침'을 개정해 담보 대상에서 연안여객선만 제외시켜 전용 펀드 설립을 차단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2014년 국정감사 당시 세월호 사고 관련 '선박구입자금 대출관행, 즉 중고선박에 대해 감정평가 전에 선대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있어서 여신지침을 개정해 담보대상에서 연안여객선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중고선박에 대한 감정평가 전 선대출 관행에 대한 개선요구이지 담보대상에서 연안여객선 자체를 제외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김 의원실의 지적이다.

더욱이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펀드 직접출자를 하지 않기 위해 여신지침까지 개정하며 노후화된 연안여객선의 현대화 펀드를 외면한 가운데,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펀드 직접출자를 통해 연안여객선 현대화 관련 펀드(1000억원)를 출시했다. 펀드가 4호까지 출시됐고, 1호 선박은 지난해 10월 취항했다.

현재 해양수산부 통계인 '연안여객선 현황'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국내 연안여객선은 총 166척이다. 이 중 선령이 20년 이상 노후 선박은 36척(21.7%), 25년 이상 된 ‘초고령 선박’도 6척에 달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를 출시해 운영하고는 있으나 펀드 재원이 1000억원에 불과해 현재까지 지원한 4척 이외 추가로 지원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노후화 된 연안여객선의 수는 많은데 실제 현대화 사업 지원을 받는 선박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을 상대로 ‘연안여객선 담보 미취급’ 관련 민원이 2017년 11월과 2018년 3월 두차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연안여객선 담보 미취급’ 관련 민원들에 대해 '여객선 담보 특성상 담보 미취급'이라고 답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4~5월 감사원의 '기업불편․민원야기 규제 운영실태 감사'에서 이를 지적받았다. 처분요구 사항으로 연안여객선의 담보가치를 인정토록 통보를 받았다.

김정훈 의원은 “명색이 국내 최고의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노후화된 연안여객선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국내 조선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지원 검토까지 했다. 그럼에도 국정감사 지적사항을 핑계로 연안여객선 담보 취급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지탄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국내 운항 중인 연안여객선 5척 중 1척 이상이 선령 20년 이상 노후 선박임을 감안 할 때, 또 다시 세월호 사고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안여객선의 현대화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정훈 의원은 “산업은행은 연안여객선 담보취득이 가능하도록 조속히 『여신지침』을 개정하고 이와 함께 거액 장기 여신인 선박금융 취급에 따른 채무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저당권자보호보험(MII) 가입을 의무화 등 채권보전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당권자보호보험(MII)은 선주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선박의 난파, 손상 등으로 인한 보험금 미지급의 경우에 대비해 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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