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한 자율주행차는 중간에서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고, 사람 대신 세워둔 마네킹은 제때 치우지 못해 차량과 충돌할 뻔한 상황이 연출됐다.

어제(10일) 한 통신사의 자율주행차 공개 시연 기자간담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돌발상황 발생으로 기자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수군덕거렸고 어찌저찌 간담회는 끝이 났다.

해당 통신사는 이날 5G-V2X(차량·사물간 통신)를 탑재한 상용차를 활용해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시연을 준비했다.

나레이터가 진행한 공개 시연에서는 자율주행차 원격 호출부터 삐끗한 상황이 펼쳐졌다. 호출 키(Key)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불렀으나, 차량이 탑승 지점에 오지 못한 채 중간에서 멈춘 것. 황급히 통신사 관계자는 미리 준비한 듯한(?) 관련 영상을 틀었고 차량은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갔다.

이 통신사의 한 임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기술적 이슈는 없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며 “상용화 전까진 일반차량과 자율차량 간 혼합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가 있는 걸로 알아 나중에 답변을 드리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물론 자율주행차 시연에서 가장 핵심인 ‘자율주행’ 구현은 제대로 해냈다. 운전석에 탑승한 관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어도 차량은 정확하게 구간을 주행했다. 이 통신사는 일반도로에서 5G-V2X가 적용된 상용차로 자율주행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쟁사의 기술보다 더 진화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연에서는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장면도 마련됐다. 보는 이를 철렁하게 한 순간은 여기서 또 연출됐다.

자율주행차는 횡단보도에서 신호와 상관없이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를 사전에 감지, 즉시 정차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 하지만 사람 대신 세워둔 마네킹에 대한 반응이 느려 코앞에서 급정거했고 ‘이게 사람이었다면…’ 싶은 생각에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마네킹을 제때 밀어 넣었으면 편안하게 시연했을 것”이라며 “주변 교통통제가 되지 않아 현장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무단횡단 알림은 제대로 갔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국내에서도 현대차 등 완성차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 그리고 플랫폼 기업 등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는 미래 모틸리티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지만 지능형교통시스템(ITS)으로 지정된 5.9㎓ 주파수 대역의 경우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WAVE)과 셀룰러(C)-V2X가 대립하는 등 부처 간 통신규격 표준화, 그리고 안전성 및 보안 문제 관련해서도 난제가 많은 상황이다.

기술 리더십을 위한 자리고 내부 테스트도 물론 거쳤겠지만 불완전한 자율주행 시연은 안전성 우려를 키울 뿐, 보다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사업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아직까지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만큼의 안정성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기술 진화와 고도화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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