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투자자 자금회수 위한 IPO…카드업계 불황 ‘변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사진=현대카드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현대카드(대표 정태영)가 내년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가 상장에 성공하면 카드사 중에는 삼성카드(2007년 6월)에 이어 두 번째 상장사가 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현대카드는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입찰에 참여할 곳은 10월 22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대주주 현대자동차가 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돕기 위한 일환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36.96%)이 최대주주다. 현대커머셜과 기아차도 각각 24.54%, 11.4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지분 9.99%)와 싱가포르투자청(9%),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는 현대커머셜과 함께 GE캐피털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총 거래금액은 6747억원으로 어피너티PE 컨소시엄은 3766억원, 현대커머셜은 2981억원을 지급했다.

통상 FI들의 투자기간이 5년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2021년부터 투자금 회수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2020년 1월까지 현대카드를 상장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자금 회수를 돕겠다는 내용을 주주간 계약(SHA)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의 자금회수를 위해 상장 추진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IPO를 위해 RFP를 발송한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신용카드업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영향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현대카드의 상장 가치가 예상 수준을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카드의 기업 가치는 순자산과 주가순자산비율을 적용할 때 2조원 내외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121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57.4% 증가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카드는 자체적인 비용절감과 디지털 사업, 코스트코와의 단독 제휴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해 향후 기업가치를 더욱 높여 상장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2년 전 FI가 투자했을 당시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를 약 1조6000억원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상장 후 3조원 이상의 가치가 형성돼야 적정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체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 현대카드가 원하는 가격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기업가치가 FI 측에서 원하는 수준에 미달할 경우 이들이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최악의 경우 현재 재무적투자자들과 풋옵션 행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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