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낙하산 채용 의혹’으로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그는 측근을 중진공 대외협력실장으로 앉혔다는 지적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중진공이 대외협력실장 자리를 개방형으로 공모해 14명이 지원했고 최종 1명이 선발됐는데 알고 보니 이스타항공 홍보팀장”이라며 “나머지 응모한 14명은 뭐가 되느냐, 이런 게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19대 국회의원 출신인 이 이사장은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한 창업주로 지난해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한 바 있다.

앞서 중진공은 지난해 5월 개방형 직위 채용공고를 통해 대외협력실장(3급)을 모집했고 여기엔 총 14명이 지원했다. 채용은 서류전형과 신체검사, 과제발표인 면접전형을 통해 최종 임용 시 2년간 계약직으로 연봉 9500만원을 받는 조건이다.

지원자 14명 가운데 최종면접에는 3명이 올랐고 A씨가 선발됐다. 그는 7월 1일자로 부임해 근무 중이다.

그런데 A씨는 이스타항공 주주회사인 새만금관광개발 홍보대외협력실장을 지내며 ‘이스타항공 홍보팀장’ 직함을 달았던 걸로 전해진다. 또 이 이사장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새만금관광개발에서 나와 그와 함께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A씨는 이 이사장의 의정활동 임기 2012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4년간 비서관과 보좌관으로 있었다. 이 이사장과는 약 8년간 동고동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의원은 “공공기관 고위직에 자신의 측근을 심은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또 “채용 과정에 이 이사장의 입김이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낙하산 채용 의혹에 대해 중진공은 절차상 하자가 없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에서도 지적받지 않은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이사장은 “블라인드 방식 채용인 데다 올해 감사원 감사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 이사장은 내년 총선 출마 행보에 대해서도 입방아에 올랐다. 이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전북 전주시 인근에 지난달 중진공 기관명과 로고가 그려진 홍보성 현수막을 다수 걸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주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이 이사장은 “현업에 전념하고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초 이 이사장 명의로 지역구 지방의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돌린 적 있냐는 물음에는 “모르는 부분”이라며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아울러 중진공은 융자 신청기업 진단 및 사업타당성 평가에 활용하는 외부 전문가에 퇴직자들을 포함시켜 이들에 10년간 약 118억원의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이 중진공으로 제출받은 ‘외부 전문가 활용현황’에 따르면 자료 보유기간인 2009년 이후 중진공이 활용한 외부 전문가 786명 중 중진공 출신은 148명으로 18.7%를 차지했다. 이들이 수령한 수당은 118억원으로 전체 외부 전문가 수당(283억원)의 41.7%에 달했다.

곽 의원은 “재직 시 평가했던 기업을 퇴직 후 다시 평가할 경우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조사하고 퇴직자의 외부 전문가 활동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의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으로 활동하는 등 문 정부의 핵심 인사로 꼽히고 있다. 그는 2003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국회의원 선거 공천심사에서부터 자격 논란이 있었고 중진공 이사장으로 오를 당시에도 문 정부의 ‘낙하산 인사’란 오명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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