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인수로 구독경제 시장 진출…비 게임사업 확대 보폭
방 의장 ‘승부사 기질’ 면면에…넷마블 기업가치↑ 기대감

방준혁 넷마블 의장/사진=넷마블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약 3년 전 임직원 앞에서 공언한 ‘2020년 매출 5조원 달성’ 목표를 결국엔 이뤄냈다.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 매출 5조원에 다가서며 비(非) 게임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상반기 넥슨 인수 무산 후 ‘투자 귀재’ 방 의장이 선택한 회사는 국내 1위 렌탈기업 웅진코웨이다. 그는 넷마블의 성장이 정체될 때마다 묘수를 꺼낸 ‘승부사’다. 지속적인 미래 성장산업 투자로써 넷마블의 가치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넷마블은 세부사항을 협의해 이르면 이달 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M&A(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000억원대에 인수하겠다고 제안, 코웨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국내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으로 지난해 연매출 2조7073억원, 영업이익 5198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웅진그룹은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코웨이 매각을 결정, 앞선 본입찰에 넷마블이 깜짝 등장해 업계의 큰 이슈가 됐다.

지난해 기준 넷마블의 총 매출은 2조213억원, 영업이익 2417억원이다. 앞서 방 의장은 2016년 3월 29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넷마블 임직원 워크숍에 참석해 “2020년까지 연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5’ 게임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목표치까지는 앞으로 두 배 이상의 성장이 요구된다. 다만, 코웨이 인수로 3년 전 내건 매출 목표를 달성하며 넷마블은 국내 게임사 중 매출액 1위 기업으로 우뚝서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인수가 좌초되며 올해가 그냥 흘러갈 줄 알았지만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 추진은 빅 이벤트였다”며 “한다면 하는 방 의장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넷마블은 게임사업 외 기획사, 인터넷은행, AI,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약 2000억원을 투자, 방탄소년단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게임 ‘BTS월드’를 올해 6월 출시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블록체인 기업 클레이튼, 플랫폼 기업 패션인테크 등 비게임사 투자 방향은 ‘미래 성장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임 산업만으로는 언젠간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현실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이번 코웨이 인수 건에 대해 “신성장동력 확보 목적에서 구독경제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며 “자체적인 사업다각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을 텐센트·액티비전블리자드·일렉트로닉아츠(EA)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주력인 게임 사업 투자도 지속한다. 넷마블은 2015년 미국 모바일 게임사인 잼시티(1500억원), 2017년 캐나다 모바일 게임사 카밤(9000억원)을 인수한 바 있다. 이 밖에도 100개 이상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방 의장은 2015년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 분쟁이 예상되자 엔씨 지분 8.9%를 사들여 ‘백기사’로 나선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소 레볼루션’ 등 엔씨의 핵심 IP를 활용해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다. 그는 또 연초 매물로 나온 넥슨 인수전에도 과감히 뛰어들었다. 여기에 게임사업과 비게임사업을 가리지 않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방 의장의 승부사 기질이라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빠른 시계 흐름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데 기대가 모인다.

우선 코웨이 인수 후 넷마블은 코웨이 렌탈사업모델에 IT 기술을 적용, 스마트홈 디바이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 간 시너지에 대해서는 일단 업계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환경가전 렌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넷마블도 렌탈시장의 성장성과 구독경제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게임 산업은 흥행 산업으로 신규 게임 흥행에 따른 높은 주가와 실적의 변동성을 시현하는데, 코웨이를 통해 안정적인 캐쉬 카우를 확보했다”면서 “코웨이가 국내 렌탈시장에서 700만 고객을 보유한 1위 사업자라는 측면은 중장기적으로 스마트홈과 실물 구독경제의 좋은 비즈니스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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