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윤주애 기자]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무해지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처럼 불완전 판매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불완전 판매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재현될 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이 지난해 말 무해지 환급형 종신보험 '더(The) 건강해지는 무해지 종신보험'을 선보인 이후 소위 '히트'를 쳤다. 이 상품은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30% 가량 저렴하다. 사실상 당시 시판중인 종신보험 중 이 상품이 가장 저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부 설계사들이 라이나생명의 신상품의 경우 납입기간 10년이 지나면 115%, 20년이면 134.8%로 은행의 3%대 정기적금보다 유리하다고 소개하면서 마치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상품은 독립법인대리점(GA) 채널을 통해 많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무해지 종신보험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불완전 판매 관련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흥국생명과 ABL생명, 신한생명 등도 GA 채널 등을 통해 무해지·저해지 종신보험을 팔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신보험은 찬밥 취급을 받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죽어야 나오는 사망 보험금을 받기 위해 매달 비싼 보험료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무해지·저해지 상품을 내놨다. 중도 해지하지 않고 납입기간까지 보험료를 모두 납입하면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로 기본형 상품과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종신보험까지 무해지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국에선 종신보험을 무해지 상품으로 팔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인천 계양구갑,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보험사 및 GA를 중심으로 무해지 종신보험을 은행 적금보다 유리하다는 식으로 판매하고 있어 불완전판매가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176만건이 팔렸는데, 2019년에는 1분기에만 108만건이 팔릴 정도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신보험을 무해지 상품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해지 보험상품은 예상보다 더 많은 가입률이 유지될 경우 보험사에도 리스크가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불완전 판매가 대규모 소비자 분쟁조정이나 소송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8월 ‘저·무해지환급형 보험상품 안내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고객이 가입시 자필서명(해지환급금이 없다는 사실 등)하는 등 간접적인 조치에 불과한 상황이다.

유동수 의원은 “최근 일부 보험사의 무해지 종신보험 판매행태는 은행권의 해외금리연계 DLF 판매와 유사하다. 은행 DLF 사태의 경우 미스테리쇼핑 등을 통해 사전에 감독당국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불완전판매로 인한 고객 피해를 막지 못했다. 제2의 DLF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감독당국이 무해지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 유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상품 구조 개선 등의 선제적 대응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부분지도를 해왔는데 (미진한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다. 계속 챙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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