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사과에도 논란 일파만파…향후 거취 문제도 ‘관심’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 사진=금융투자협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폭언 및 갑질 논란으로 증권업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권 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한 번 터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금투협과 권 회장이 지난 9년간 대표이사로 몸 담았던 키움증권(대표 이현)까지 불똥이 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앞서 권 회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운전기사와 직원 등에게 폭언을 하고 홍보 담당 직원에게 기자를 위협하라고 한 사실을 담은 녹취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녹취에서 권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오늘 새벽 3시까지 술 먹으니 각오하고 오라”고 말하자 운전기사는 “아이 생일”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권 회장은 “미리 얘기를 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는다”라고 질책했다.

또한 금투협 홍보실 직원에게는 “잘못되면 죽여 패버려”라며 “니가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회사 임직원과 함께한 술자리에서는 “너 뭐 잘못했니 얘한테? 너 얘한테 여자를 XXX 인마?”라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에 권 회장은 21일 사과문을 통해 “저의 부덕함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 특히 기자 여러분, 여성분들, 운전기사분을 포함한 협회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그 어떤 구차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면서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되는 각계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구해 그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라임자산운용, DLF 사태 등으로 업계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권 회장이 불난 집에 직접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업권을 대변하는 협회의 위상도 덩달아 추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21회)에 합격해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권 회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상공부를 대표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이력도 있다. 2000년 벤처 붐을 타고 공직을 떠나 다우기술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인큐브테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거쳤다. 이후 지난 2009년 4월부터 9년 간 키움증권 대표이사를 지내다 지난해 2월 제4대 협회장에 올랐다.

권 회장의 주량은 증권사 대표이사 시절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때때로 과음으로 이어져 문제로 지적되곤 했다. 협회장 취임 초에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매주 금요일 열리는 업권 대표간담회를 연기한 적도 있다. 또한 키움증권 대표 시절에도 금투협 주최 행사 자리에 항상 늦게까지 남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그 부분은 개인의 사생활이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한 부분”이라며 “다만 권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수차례 사과를 했고 당사사도 사과를 받아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제가 금투협을 감독하는데, 어디까지가 감독 권한인지는 고민”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제가 보고받기로는 (권 회장이) 해외에 갔다가 들어오면서 무조건적인 사과를 하고 회원사에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하는 것을 지켜봐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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