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여파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일명 ‘금겹살’ 사태가 우려됐지만 오히려 가격폭락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속되며 우려했던 바와 달리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까지 검출되면서 식품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당초 돼지열병 여파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일명 ‘금겹살’ 사태가 우려됐지만 오히려 가격폭락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돼지고기 ㎏당 가격은 2969원으로 3000원선이 붕괴됐다. 전날 3022원보다 53원 떨어졌으며, 평년 대비 25.4% 감소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직전과 비교했을 시 43% 하락한 셈이다. 덩달아 소매가도 내려갔다. 100g당 1780원으로 지난달 평균 대비 약 13% 감소했다.

반면 대체재인 닭고기는 판매가 늘어나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돼지열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 대신 대체재인 닭고기로 눈을 돌렸단 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 닭고기는 돼지고기의 대표적 대체재로서 과거 조류독감·구제역이 발생했을 시 소비량이 반비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체재인 닭고기 역시 고병원성이 의심되는 야생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항원 검출 소식이 전해져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국립환경과학원은 충남 아산 권곡동 곡교천 주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 시료 1건을 분석한 결과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H5형은 고병원성이 의심되는 AI 바이러스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돼지열병이 채 가시기도 전 대체재인 닭고기 역시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며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돼지고기 기피 현상으로 벌써부터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지난 2003년 국내 첫 조류독감 발병 당시 닭고기 시세가 최대 80% 이상 하락한 전례가 있는 만큼 또다시 소비 기피 심리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소비자 A씨는 “돼지열병에 이어 조류인플루엔자 항원까지 검출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돼지열병과 유통되는 돼지고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으나 솔직히 찝찝함이 가시지 않아 구입을 꺼리게 된다. 이제 조류독감까지 검출돼 대체재인 닭고기 구입 역시 망설여진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정부차원의 방역대책을 좀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경우 들썩이는 가격 변동에 따른 피해를 넘어 먹거리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