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윤주애 기자] “내집 마련 할까? 말까?” 얼마 전 지인이 그랬다. 주변에 전세입자는 자신뿐이고, 집주인은 2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팔 생각이라며 집을 살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더라. 지인은 4억원대에 이사를 왔는데 집값이 8억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4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돈을 빌리더라도 월 200만원은 갚아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생활비가 빠듯하단 것이다. 그는 집 근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분양할 때 빚을 내서 살 껄 후회했다. 그 아파트는 6억원대에서 입주 이후 10억원대로 제대로 몸값이 올랐다.

집값은 5~6년 전만 해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2014년도에 역세권 20평대 아파트가 2억~3억원대에 살 수 있었다. 물론 서울 강북이고 집값이 비싸지 않은 동네의 입주한 지 10년이 지난 아파트였다. 집값은 돌아서면 왜 그리 오르는지 “그때 집을 살 걸”하고 후회하게 만든다.

이래 뵈도 금융기자랍시고 내가 해준 조언은 지금이라도 빚을 내서 집을 매매하라는 것이었다. 지금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말고는 답이 없단 생각이었다.

오늘 어느 선배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마음을 내려놓으란 거다. 아둥바둥 살지 말자고 다짐하면 된다. 자신은 십수년째 전세로 살고 있단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스럽다. 한 번 아파트에 살아봤으니 평수를 늘려서라도 아파트, 서울에서도 교육환경이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고 싶지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가고 싶진 않다. 애가 뛰어다닐 나이가 되니 필로티 구조의 빌라 2층에 가고 싶다가도 ‘어느 아파트에 1층 매물이 나오지 않았을까’로 기울어진다. 내가 이 동네에 익숙해졌고 아이가 있다 보니 전세보다 매매, 내 집 마련에 더 관심이 간다.

모두 부모 욕심이다. 부동산 말고는 재테크 수단이 없단 생각에 애꿎은 아이만 다그친다.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과 생산성 하락, 각종 물가지표 마이너스 성장 등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겪지 않은, 그야 말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연1.25%로 역대 두 번째 초저금리 시대를 열었다. 시중은행에선 0%대 예금상품이 나오고 장단기 금리차로 선뜻 예금·적금 통장을 만들기 어려워 졌다. 더군다나 은행에서 가입한 펀드 등 파생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과 일부 환매중단 조치 등으로 모험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0%로 기업으로 치면 ‘어닝 쇼크’ 수준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1%대가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디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집값은 떨어진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 호주, 미국 등에선 디플레이션으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진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IMF사태 당시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헐값에 집을 내다 팔은 사람들이 많았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해 갭투자 등을 잡으려 했다. 이젠 규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시행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상승폭은 점차 둔화되는 추세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값은 계속 올랐다. 규제 덕분에 내 집 하나 마련하려고 해도 집값에 ‘헉’하고, 대출 가능금액이 초라해 ‘뒷목’을 잡는다. 최근에는 부동산 거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은 냉각기에 들어갔다.

초저금리 시대에 내 집 마련해도 괜찮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하락과 관련해)일본식 버블은 우리랑 다르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수출시장 경색으로 구조적 장기침체에 갈 가능성은 있다. 현 정부는 진보성향으로 계획경제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양적완화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재테크 수단으로 결국 부동산, 집, 그것도 서울 아파트인 걸까. 집을 사라고 해놓고 부언할 수밖에 없었다. 집값이 언젠가는 떨어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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