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후 ‘퇴출위기’…소비자 선택권은?
맛 변질 우려…“장기적 검토 필요”

환경부는 오는 12월 25일부터 유색 페트병과 라벨 부착에 쓰는 일반접착제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갈색 맥주 페트병이 퇴출 위기에 몰렸다. 환경부가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유색페트병·라벨용 일반 접착제는 원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도록 해 연말까지 기존 갈색 페트병 퇴출 계획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12월 25일부터 유색 페트병과 라벨 부착에 쓰는 일반접착제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음료·생수병용으로 생산되는 페트병은 유색에서 무색으로, 라벨의 접착제는 비접착식 또는 열알칼리성 분리 접착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음료·주류업체들은 기존 유색 페트병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음료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밀키스), 코카콜라(씨그램) 등 업체들이 있으며, 주류업계에서도 하이트진로(참이슬), 롯데주류(처음처럼) 등이 소주 페트병을 투명으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갈색 맥주 페트병이다. 그러나 맥주 페트병은 생수·음료페트병과는 달리 해당 법률 개정안에서 일단 제외돼 있다. 대체품이 마땅치 않을 뿐더러 갈색 페트병을 투명으로 바꿀 시 품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맥주에 사용되는 갈색 페트병은 3중막 복합재질로 나일론·페트(PET)가 혼합돼 있다. 일반 페트병과는 달리 외부 산소 유입을 차단하며, 직사광선으로부터 맥주의 주원료인 홉의 단백질 성분이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다만 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당초 다른 재질이 포함된 복합재질은 ‘재활용 어려움’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에 주류업계 역시 연말까지는 별도의 퇴출 계획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 일각에서는 페트병 맥주 생산 중단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업계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결정된 바가 없다”며 “결과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지면 정부시행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맥주 페트병의 경우 전체 매출액 대비 판매 비중이 15% 가량을 차지할 만큼 적은 판매율은 아니”라며 “소비자들의 선택적 비용부담 측면에서는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대용량 캔이나 병으로 대체하는 방법과 함께 페트병 생산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명페트병 도입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진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며 “환경부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며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맥주의 경우 소주와는 달리 분명 품질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부분으로,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 단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가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는 오는 12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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