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몸집에도 불구하고 증시 침체 악영향…“부진 이어질 수도”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증권업계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라이벌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와 신한금융투자(대표 김병철)가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두 증권사 모두 상반기에는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3분기 증시 부진 여파 및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감소 등의 악재로 주춤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586억원과 593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각각 35.5%, 17.6%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하나금융투자가 2114억원으로 전년 동기(1420억원) 대비 48.9% 증가한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2021억원으로 전년 동기(2300억원) 대비 12.1%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불과 93억원 가량 차이나는 두 증권사는 3분기 순이익만 놓고 봐도 약 7억원 차이로 사실상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거뒀다. 또 이들은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나란히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대로 키웠다. 이에 지난 7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IB 요건인 4조원을 갖추기 위해 지난 8월 6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완료해 초대형 IB 시장 진입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신한금투는 이달 중순 금융위원회에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한 뒤, 향후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신청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처럼 닮은꼴 행보를 보이는 하나금투와 신한금투의 3분기 실적 부진은 주식시장 하락과 함께 금리 상승 전환에 따른 채권평가 이익 감소와 ELS, DLS 조기상환, 발행물량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채권 금리가 2분기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3분기 들어 상승해 채권 평가이익이 부진했던 점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하나금투는 파생결합상품(DLS·DLF)에 대한 불안감으로 DLS 발행량이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3분기까지 DLS 발행금액 1위에 오른 하나금투는 증권사 가운데 DLS 발행을 가장 많이 하는 곳으로 꼽힌다.

하나금투의 3분기 주가연계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포함한 ELS의 발행금액은 17조975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5.3% 감소했다. 공모 발행금액 역시 직전 분기 대비 34.4% 감소했다. 또 2분기에는 ELS를 2조2254억원 발행했지만, 3분기 들어 1조2972억원으로 약 41.7% 감소했다.

신한금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 영향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1511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32.9%나 감소했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한금투의 특성상 국내 증시 침체로 거래대금이 급감하자 이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는 주요 증권사들 모두 전반적인 주식시장 하락에 DLS 사태 등이 맞물려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 등 대외 변수로 인해 국내 증시 불안이 가중될 경우 실적 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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