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정세진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를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 측의 보수 통합 제안에 대해 조건을 내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 유 의원이 요청한 사항이다.

유 의원은 7일 국회에서 변혁 비상회의 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와 같은 뜻을 전했다.

그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수 통합 제안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안 된 보수 재건이 선거를 앞두고 말 몇마디로 가능한 일인가. 굉장히 어렵게 본다”고 운을 뗐다.

다만 본인이 요구하는 ‘세 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자유한국당과 대화를 할 뜻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이 밝힌 세 가지 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것이다.

그는 “이 세 원칙이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것은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당은 결코 선거를 앞두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화에 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말에 대해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지금 보수가 3년 전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묻는다면 보수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탄핵은 이제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보수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는 게 유 의원의 설명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분명히 동의하지 않으면 통합이란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황교안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유 우파의 모든 뜻 있는 분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면서 “우리공화당과도 직·간접적으로 논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우리공화당이 탄핵에 대해, 이미 헌법적 판단이 내려지고 이미 역사 속으로 들어간 탄핵 문제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제가 말하는 보수 재건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보수 통합을 한다는 명분으로 무조건 뭉치기만 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생각으로 보수 통합을 한다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과의 정치적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황교안 대표의 말에 대해서는 “굉장히 애매한 말”이라고 유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헌법 가치를 말하면서 ‘자유 우파’만을 말하는 것은 헌법의 가치를 편협하게 보는 것”이라며 “변혁에서 생각하는 헌법 가치는 건전한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지지할 만한 가치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변혁의 신당 창당 시점은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이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기획단이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당 작업에 들어가는 시기는 늦어도 그 이전이라고 정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변혁은 신당 창당을 위한 신당기획단을 발족한 상태이며, 단장은 국민의당 출인 권은희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인 유의동 의원이 공동으로 맡게 된다.

유승민 의원은 “개혁적 중도보수 정치를 하겠다고 새로운 당을 만들어서 당대당 통합 수단으로 쓸 마음은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안 된 보수 재건이 선거를 앞두고 말 몇마디로 가능한 일인가. 굉장히 어렵게 본다”며 “변혁은 한국당의 계획에 맞춰서 마냥 결정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