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임 ‘본인인증’ 제도 개선 세미나 개최

8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게임이용과 본인인증제도’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연령에 따른 PC 게임 이용을 제한(셧다운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본인인증’ 제도가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셧다운제 등 게임 과몰입 예방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연령 이외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현행 본인인증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이동섭(바른미래당) 의원실,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언론법학회는 어제(8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게임이용과 본인인증제도’를 둘러싼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해 PC 게임에 도입된 본인인증 제도의 불합리한 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PC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셧다운제가 2011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본인인증도 이를 위한 조치로 함께 마련됐다. 국내에선 PC 게임이용을 위한 회원가입 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셧다운제를 위해서는 성인 인증을 위해 본인인증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모든 게임의 처음부터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며 “현행 본인인증은 온라인 게임에만 적용되고 있는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날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게임관련 본인인증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본인인증을 통한 연령확인은 게임 과몰입 예방조치의 실행으로써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 확립을 위한다는 취지가 있다. 다만 그는 “현행 광범위한 본인인증 체계는 게임산업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셧다운제 등 게임 과몰입 예방조치가 시행된 후 2012년부터 2018년까지의 청소년 ‘게임 과몰입군 변화 추이’를 보면 게임을 건강하게 이용하는 게임선용군은 5.4%에서 17.7%로 계속 증가 추세지만, 과몰입·과몰입위험군은 2~3%가 넘지 않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과몰입 예방조치가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 교수는 “오히려 과몰입 예방조치 규정이 시행된 이후인 2012년을 기점으로 온라인 게임시장의 매출액 및 성장률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반면 모바일 게임시장 매출은 2011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모바일 게임에는 과몰입 예방조치 및 본인인증 체계가 적용받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본인인증 조치는 최초 회원가입 단계에서부터 모종의 진입장벽을 만들고 게임을 체험할 수 없게 함으로써 게임산업의 위축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게임산업법상 본인인증제도에 대한 헌법학적 평가’란 주제 발표를 통해 “본인인증 제도가 입법 과정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게임을 할 수 있는 권리)과 같은 사익 역시 적절하게 고려됐는지 헌법학적 측면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와 청소년 보호는 모두 중요한 사회적 이익이므로 두 이익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게임이용자의 연령을 확인해 청소년 여부만을 파악하면 예방조치를 적절하게 구현할 수 있음에도 본인인증제도를 도입해 연령 외에 다양한 개인식별정보를 본인확인기관과 게임 사업자가 수집·처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고려해 개인정보 수집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은수 서울대 법과경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개인정보 수집의 적법성 요건과 본인인증제도’에 대해 주제 발표를 이어나갔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16조 및 정보통신망법 제22조의2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서비스제공자)는 정보주체(이용자)가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상 PC 게임이용을 위한 본인인증을 거부할 경우 게임이용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김 교수는 “게임이용자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주체의 지위에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의 보호도 중요한 법적 또는 사회적 가치로 고려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런 사회적 가치와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의 관계들을 좀 더 세밀하게 반영해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을 포함한 본인인증 제도의 법정책성 방향성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승래·이동섭 의원은 이번 세미나에서 다뤄진 주안점을 토대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도출해 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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