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는 사업장에 법정 노동시간을 위반해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승인 기준을 완화할 방침을 밝히면서 노동계가 들끓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안 될 경우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며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0~299인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주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노동계에서는 "장시간·저임금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겠다는 노동기본권 무력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1만원 정책 포기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한다"고 토로했다.

성명서를 통해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는 원청 갑질이나 불공정한 원하청 구조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적고 보호해줄 노동조합 힘이 약할수록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비난의 대상이 된 지점은 경영계의 지속적인 요구였던 특별연장근로 승인 기준 완화에 대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시행규칙 개악으로 특별연장노동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노동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라며 "일시적 업무량 급증은 어느 업종, 어느 사업장이나 겪는 상황인데 시행령에 이를 반영한다면 정부가 아예 통제권을 쥐고 자의적인 행정을 남발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특별연장근로의 인가제도가 확대된다면 ‘특별’한 사유가 아니어도 노동자들은 '특별'한 노동을 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것은 불 보듯 뻔하며, 특별하지 않은 특별노동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또한 한국노총은 "장시간 노동관행에만 매달려온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경기침체와 위기를 초래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주 52시간제를 전면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은 다소 과하다 생각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가 법이 아닌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건 법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일정 부분 고육책으로,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그나마 줄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탄력근로제 보완입법에 대해 일정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며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이를 볼모로 좀 더 노동 유연성을 요구하면서 선택근로, 특별연장근로 관련한 추가적인 법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심지어 탄력근로제를 6개월이 아니라 1년으로 하자고 하는 등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야당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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