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논란을 빚고 있는 탁현민 자문위원/사진=뉴시스

[월요신문=정세진 기자]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탁 위원은 지난 18일 tvn ‘김현정의 쎈터:뷰’에 출연해 “내가 청와대에 있었다면 ‘국민과의 대화’ 연출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소통의 총량이 적지 않고 대통령이 생각하시는 바를 언제든 국민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또 ‘국민과의 대화’를 별도의 시간을 내서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제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탁 위원은 본인이 이번 행사를 자문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제가 기획을 했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지 무척 곤혹스러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300명의 표본집단을 과연 어떻게 뽑아낼 수 있을지, 또 대통령에게 궁금한 300명을 무작위로 뽑으면 그게 전체 국민과의 대화에 부합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탁 위원은 19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글을 올렸다.

탁 위원은 “생방송으로 생생한 질문을 받고 즉각적인 답변을 하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파악과 순발력을 보여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대통령 말씀의 무게와 깊이 보다 중요한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께서 왜 국민과의 대화를 하시는지는 알 것 같다. 어떤 질문도 그 수준과 내용에 상관없이 당신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감히 들여다 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탁 위원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이 행사를 기획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명백한 실언”이라며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언론사에 해당 행사 기획을 맡긴 것이며,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을 폄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탁 위원은 쎈터뷰 방송에서 “자유한국당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소신도 밝혀 추가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추후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그런 데(한국당)가 사실은 제가 갖고 있는 능력이 빛날 것 같다.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겠지만 거기가 오히려 제가 더 일로서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탁 위원의 발언을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냐”며 비판했다.

탁 위원은 지난 1월 청와대를 나간 뒤 페이스북이나 라디오를 통해 본인의 견해를 여과 없이 밝히면서 연일 논란을 낳고 있다.

사표를 낸 이후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으로 위촉됐으나 마치 민간인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시각이다.

탁 위원은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 행사 기획을 맡았으며, 지난달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도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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